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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01. 2023

태어난 김에 ‘음식으로’ 세계일주 4 : 아프리카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37.

태어난 김에 ‘음식으로’ 세계일주 4 : 아프리카 음식



킬다 해변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서아프리카 음식점. 다양한 세계의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내게 투어 가이드님이 추천해 준 곳이다.




액랜드 거리를 걸으며 본 풍경들




알프레드 스퀘어(Alfred Square)라는 작은 공원을 지나 엑렌드(Acland) 거리를 가볍게 산책하듯 걷는다. 인도 가장자리,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커다란 가로수들을 길 위에 멋진 그림자를 수놓고 있다. 그 길 위에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잡고 집들을 구경하고 있다.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꼼꼼히 집들을 관찰한다. 해변 앞 조용한 동네의 2층 집에서 사는 삶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차분해지는 삶이다.




Akwaaba Restaurant & bar


독특한 패턴의 간판




가본 적도 없는 아프리카 분위기가 느껴지는 힙한 간판이 보인다. 간판에 새겨진 글자 속, 독특한 패턴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가게 내부가 깜깜하다. 분명 구글 지도에서는 ‘영업 중’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문을 민다. 열린다. 전화통화를 하고 있던 가게 주인은 조용히 들어온 나를 발견하곤 웃음으로 반겨준다. 그는 나를 2인용 테이블로 안내하며 이전에 이곳에 와봤는지 묻는다.

 

“아뇨. 처음 와봤어요. 친구가 여기를 추천해 줘서요!”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메뉴를 주문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한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질문할 필요도 없이 내 선택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메인 메뉴는 Jollof Plate. 디저트로는 Tiger nut pudding.

듣기만 해도 생소하다. 그래서 기대된다.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예술품들로 장식되어 있는 가게의 내부




휴대폰으로 주문을 한 후, '밥을 먹고 공항으로 갈까? 커피를 한 잔 더 마셔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한 남성이 흥얼거리며 들어온다. 눈이 마주쳤다. 가게 직원인 줄 알고 "Hello"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인사를 받아주며 내 뒷 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이름을 묻는다. 괜찮으면 합석하자고 한다. No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서 알겠다고 했다.

몇 분 후, 그의 친구로 보이는 한 남자가 또 들어온다. 그렇게 우리는 4인석 테이블로 옮겼다.



흥얼거리는 남성의 이름은 '헨리'였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친구의 이름은 줄여서 ‘우드락’이다. 우드락은 본인의 풀네임을 말해주며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아프리카 풀네임은 처음 들어봤다. 따라 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길다. 일단 한 번에 외울 수가 없다. 발음도 어렵고 말이다.

우드락은 너라면 할 수 있다고 계속 도전을 시킨다. 이 모습이 웃겼던지 헨리는 껄껄 웃으며 우드락과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는다. 결국 어영부영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Jollof Plate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헨리는 나에게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음식이 나오고서야 그가 한 질문의 의도를 알았다.

커다란 닭고기, 각종 소스로 볶은 듯한 황갈색의 밥, 코울슬로, 그리고 종지 안의 칠리소스. 헨리는 친절하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칠리소스를 치킨과 밥에 골고루 뿌려 먹으라고 한다.

 



Jollof Plate




Jollof Rice는 서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생강, 마늘, 서아프리카 특유의 향신료 등의 재료로 조리한다. 하얀 쌀밥을 매운 소스와 육수가 스며들 때까지 졸이면 황갈색의 맛깔스러운 녀석으로 재탄생한다.


밥을 한입 맛보니 이마에 찔끔 땀이 맺힌다. 매운 걸 먹으면 코까지 막히는 가족력 덕택에 내 손에서는 휴지가 떠날 새가 없다. 칠리소스를 뿌린 치킨 역시 매콤하다. 헨리는 치킨을 먹는 나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오돌뼈(오도독뼈)까지 씹어 먹어. 그게 진짜 맛있는 부위야!" 




Tiger Nut Pudding (Atadwe milk)



Tiger nuts pudding




'아프리카의 미숫가루식 푸딩일까?'

첫 입의 느낌은 그랬다. 시원해 보여서 한 입 푹 떠먹었는데 푸딩의 온도가 내가 생각한 범위가 아니다. 한 입 가득 시원함이 퍼지기를 원했는데 따뜻과 뜨거움, 그 중간이다.


타이거 넛츠(Tiger Nuts)는 고대 이집트에서 식용 및 약용으로 먹던 식재료이다. 이름만 보면 나무 열매류인 견과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추파(Chufa)라는 식물의 덩이줄기 부분이다. 흙 위로 자라난 이파리를 움큼 잡아 뽑으면 줄줄 딸려 나오는 감자 같은 녀석이다.


타이거 넛츠 푸딩은 서아프리카, 그중에서도 가나에서 인기 있는 디저트라고 한다.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 푸딩은 타이거 넛츠와 쌀, 그리고 우유를 이용해 만든다. 인기 있는 녀석이라지만 내겐 한 번 경험해 본 것으로 충분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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