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일기>이면서 <일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필립 아일랜드는 멜버른 남동쪽에 위치한 섬이다. 이곳에서는 호주 대표 동물인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펭귄으로 등재된 ‘페어리 펭귄’ 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투어에서 가장 먼저 만난 동물은 마루 동물원의 동물들이었다. 낮잠 시간 인지 더워서인지 많은 동물 친구들이 눈을 감고 누워 있다. 마치 집에 축 늘어진 채 퍼져 있는 내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난다.
이곳에서는 캥거루에게 먹이 주기 활동을 할 수 있다. 물론 먹이는 내돈내산이다. 먹이를 들고 캥거루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갔다. 손에 먹이를 얹어 눈을 감고 있는 한 캥거루의 입에 가져다 대니 입을 열어 먹이를 먹는다. 여전히 눈은 감은 채다. 냄새만으로 음식을 먹을 줄 알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그렇게 곳곳의 캥거루들에게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 한 캥거루는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온다.
‘너 배가 고프구나?’
이 캥거루는 선 채로 오물거리며 야무지게 먹이를 먹는다. 그러던 중 캥거루의 배가 움찔거리는 게 보인다. 시선을 내려 배를 보니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리는 새끼 캥거루의 기다란 꼬리가 보인다. 얼굴을 한 번 내밀어 줄 법도 한데 아직은 따뜻한 엄마의 주머니 안에서 머물고 싶은가 보다.
마루동물원에서 1시간가량을 달리면 펭귄 센터가 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블랙 스완과 자연이 만든 사파리를 투어 했다. 그리고 이제 집으로 귀환할 펭귄들을 볼 예정이다.
9년 전, 이 펭귄 퍼레이드를 본 적이 있는 부산에서 오신 부모님 나이대의 분들도 계셨다. 충청도 출신의 남편분은 특유의 조곤한 말투로 말씀하신다.
“9년 전엔 새끼였는데 지금 잘 지내려나”
“이제 그 친구가 커서 새끼도 낳고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 날의 페어리 펭귄 예상 귀환시간은 저녁 7시 45분 경이다. 사람들은 펭귄들이 귀환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계단에 앉아 펭귄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때 아주 중요한 점은 절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펭귄이 그 빛에 놀라서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기 때문에 집을 못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휴대폰은 꺼내지 않아야 한다. 작은 빛이라도 펭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펭귄들을 기다리며 햄버거를 먹는 중이다. 이 와중에도 먹는 것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지독한 식도락 여행가다. 30여분을 기다렸을까. 저기 펭귄 4마리가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수십 또는 수백 마리의 펭귄이 숲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숲 속으로 들어간 펭귄은 가족을 찾기 위해 울면서 돌아다닌다.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족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자니 안쓰러지만 귀엽다. 하지만 오늘이 끝나기 전에 가족을 찾을 테니까!
대륙에서 만나보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이런 것일까. 바다로 나갔다가 귀환하는 천여마리의 펭귄을 살아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