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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9. 2023

멜버른의 카페, 브라더 바바 부단에서 만난 수줍은 한글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33. 

멜버른의 카페, 브라더 바바 부단에서 만난 수줍은 한글



멜버른의 카페, 브라더 바바 부단의 입구
작은 카페 천장에 매달려 있는 의자들.




Melbourne, Little Bourke Street, 359. 이 주소지에는 아이스 라떼가 인기 있는 카페 「브라더 바바 부단」이 있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나무의자들이 인상 깊은 이곳은 갈색 계열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아담한 카페다.



아이스 라떼 하나와 눈앞에 보이는 쿠키 하나를 주문했다. 디저트가 뒤편에도 더 있다며 나에게 가게 안 쪽에 있는 디저트 박스를 소개해주는 직원. 맛있게 생긴 것들이 많다. 그러나 쉽사리 결정을 잘 못하는 나는 그에게 이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하나의 디저트를 선택해 준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 메뉴는 생김새부터가 고칼로리다. 그래서 맛있어 보인다. 직원의 추천대로 주문했다. 



그는 내게 이름을 물었다. 

“J I S U, 지수”

알파벳으로 하나씩 그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굉장히 단순한 이름인데 은근히 내 이름을 발음 못하는 외국인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Sifu 라던지, Jifu 라던지, Sichu 라던지. 지난 며칠간 호주에서 내 이름을 소개했을 때의 반응들이다. 



그는 내 이름을 되뇌더니 나에게 묻는다.

“Is this your name?”

주문서 아래에는 한글로 또박또박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외국인이 쓴 한글을 보는 것이 이렇게 감격스럽다니. 

“You’re really good at Korean!”이라고 그에게 놀라움을 담아 표현하니 그는 수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Noooo.”




브라더 바바 부단 앞의 녹색 철제 테이블
브라더 바바 부단은 아이스 라떼가 유명하다.
그리고 바로 그 고칼로리처럼 생긴 그것.




왠지 이 카페에 애정이 더 생긴다. 바깥의 녹색 철제 테이블에 앉아서 좁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많은 이들이 카페에 방문한다.



카페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 미소 지으면서 말한다. 

“Have a nice day!”

그들의 친절한 환영 인사 덕분일까, 한글로 만난 내 이름 덕분일까, 이도 아니면 이곳에 번져있는 웃음 덕분일까. 라테가 너무 맛있다. 






멜버른에서 만난 투어 가이드는 나와 동갑내기 친구다. 그는 호주에서 한국어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한국어는 어떤 연령층이 많이 배우러 오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별, 나이, 직업 불문하고 많이들 찾아와요. 대학생들도 많이 오고 은퇴한 의사 선생님도 계시고 다양해요."



그들이 어떠한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여기 사람들은 한 문화에 관심이 생기면 그 문화권의 언어를 배우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 얼마나 멋진 인생 습관인가. 중학생 때 일본 드라마를 그렇게나 많이 볼 때도, 영어로 말하는 영화들을 볼 때도 당연하게 한국어 자막을 켜두고 편안하게 감상만 했던 나를 되돌아봤다. 외국 여행을 와서 가장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은 필수교육 12년과 대학 6년을 다니며 수없이 접했던 영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대학 편입을 위해 따뒀던 토익 950점도 무용지물이다. 오로지 시험만을 위해 영어를 수동적으로 익힌 나의 지난날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이제 나의 인생 습관 리스트에는 다음 하나가 추가되었다.

:「좋아하는 문화가 생기면 그 언어를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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