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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8. 2023

퍼핑 빌리에서 만난 인간 손난로들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32. 

퍼핑 빌리에서 만난 인간 손난로들


퍼핑 빌리는 1900년에 건설된 철도로 호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증기기관차이다. 이 증기기관차의 매력적인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날씨가 좋을 때는 창가에 걸터앉아 발을 밖으로 내뻗어서 탈 수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30년 이상 철도업에 종사한 은퇴한 분들이 자원봉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리고 운이 좋게도 오늘은 날씨가 좋다! 밖으로 다리를 뻗어 자연을 느끼며 탈 수 있겠어!

증기를 내뿜는 기관차 앞에는 흥분에 찬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기관차와 풍경을 담으려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공중에서 휘저어지고 있다. 







1호차에 앉았다. 여기서 1호차는 내 기준이다. 기차가 출발하는 방향으로부터 매긴 순서다. 의성어로나 접하던 ‘칙칙폭폭’이라는 소리를 이렇게 듣게 되다니. ‘칙칙폭폭’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 한 편으로 대단하다. 정말 소리에 걸맞은 단어이니까!



창문에는 안전 바와도 같은 철제봉이 있다. 창가에 걸터앉아 철제봉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다리를 밖으로 뻗었다. 두 다리는 자연스럽게 수영하듯 위아래로 움직여진다. 마치 공기 속에서 헤엄치듯. 




무리에서 뛰쳐 나와 바이올린을 든 채 인사하는 소녀




마침내 출발하는 기차는 숲사이를 가로지른다. 수많은 나무들을 지나고 집과 도로를 지난다.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를 만난 동네 주민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흔들어준다. 단 하나의 역을 가는 동안 수많은 인사를 나누었다.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던 어르신이 건네는 인사, 작은 악기들을 들고서 소풍을 가는 어린아이들이 건네는 작은 손짓들, 들판에 누워 피크닉을 즐기던 대가족까지. 인사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나.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어렵지만 확고한 결심도 했다.



기차에 내려서는 함께 탄 투어원들에게 흥분한 채로 이런 나의 감정을 말했다. 그런 따뜻한 감정을 느낀 건 비단 나만은 아니었다. 싸늘하고 차가워진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큰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먼저 건네는 인사만으로도 봄눈 녹듯 마음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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