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프라스 마을의 영국식 찻집과 장난감 가게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31.

사사프라스 마을의 영국식 찻집과 장난감 가게




멜버른에 도착한 지 이틀째. 인스타그램에서 푸른 숲을 달리는 짧은 기차 영상을 봤다. 멜버른에서 탈 수 있는 기차라나. 이름하야 퍼핑 빌리 기차 투어. 숲 속을 달리는 기차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는 없다. 이와 더불어 필립 아일랜드 투어도 함께 신청했다. 투어 3일 전에 예약했는데 자리가 있다. 운도 좋다. 아마도 비수기에 여행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리라.




Sassafras(사사프라스)



오전 9시 40분까지 일본식 라멘집 앞에 이 날의 투어 인원들이 집합했고 9시 50분이 되어 출발했다. 가이드님은 오늘의 첫 방문지는 「사사프라스 마을」이라고 말한다.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43km 떨어진 이곳은 그림 같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고. 단순히 ‘퍼핑 빌리’라는 단어를 보고 투어에 참여한 나는 사사프라스 마을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을 뿐이다.



20231018_110121.jpg 사사프라스 마을의 유명한 찻집 앞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이드님은 유명한 찻집과 장난감 가게를 알려준다. 이 작고 고요한 마을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가게도 그들밖에 없다. 찻집에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어제 태국 음식을 워낙 먹은 탓에 오늘 아침엔 공복을 유지하려 했건만. 실패다. 역시 '전날 밤 먹은 음식의 양'과 '아침의 배고픔의 정도'는 비례 관계임이 확실하다.



Miss Marples Tearoom



20231018_110718.jpg 당신이 혹시 미스 마플스씨인가요?
20231018_110926.jpg 앤틱함이 물씬 뿜어져 나오는 가게 내부




외국식 에이프릴을 입은 직원들이 맞이해 준다. 벽 곳곳에 걸려있는 할머니의 사진들은 이곳의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귀여운 소품들까지 더해지니 정겨운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 같다. 아마도 저 할머니가 ‘Miss Marples' 인가?

이 찻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영감을 받은 가게라고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영국적인 느낌'인 것만은 확실하다.




20231018_111515.jpg 버섯 수프




오늘의 수프를 주문했다. 이 날은 버섯 수프다. 따뜻한 수프는 먹으면 먹을수록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서는 가게를 나섰다.




20231018_112852.jpg 사사프라스 마을의 자연
20231018_113224.jpg 잔디 속의 하얀 꽃




허기지지만 않았다면 이곳의 자연을 더욱 느꼈을 텐데. 눈앞에는 작은 공원 하나가.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만 이름은 모를 흰 꽃이 잔디 곳곳에서 숨을 내쉬고 있다. 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리니 자연이 만들어준 명상실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다.




Geppetto's Workshop




20231018_113518.jpg 제페토의 작업실 앞 피노키오




장난감 가게로 들어갔다. 이름은 「제페토의 작업실」이다. 가게 앞에는 피노키오 인형이 있다. 동심도 되살릴 겸 피노키오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진다. 피노키오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니까. 내 머릿속엔 인자한 제페토 할아버지의 얼굴과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의 모습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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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8_113630.jpg 살다 보면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어?'라고 생각이 드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보통 그런 물건을 사는 사람이 나다.


20231018_113742.jpg 운세를 점쳐보는 물고기 운세 종이


제페토 상점 안에는 꽤나 재밌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글을 썼다가 지워지는 미니 매직 칠판이 있었는데 '심심할 때 가지고 놀기 재밌겠는걸?'이라고 생각하며 상품을 집었다. 계산대로 가니 오늘의 운세를 뽑는 상품도 있다. 이런 건 못 놓친다. 이 마을까지 온 기념으로 2달러의 하루 운세를 점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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