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멜버른에 도착한 지 이틀째. 인스타그램에서 푸른 숲을 달리는 짧은 기차 영상을 봤다. 멜버른에서 탈 수 있는 기차라나. 이름하야 퍼핑 빌리 기차 투어. 숲 속을 달리는 기차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는 없다. 이와 더불어 필립 아일랜드 투어도 함께 신청했다. 투어 3일 전에 예약했는데 자리가 있다. 운도 좋다. 아마도 비수기에 여행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리라.
Sassafras(사사프라스)
오전 9시 40분까지 일본식 라멘집 앞에 이 날의 투어 인원들이 집합했고 9시 50분이 되어 출발했다. 가이드님은 오늘의 첫 방문지는 「사사프라스 마을」이라고 말한다.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43km 떨어진 이곳은 그림 같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고. 단순히 ‘퍼핑 빌리’라는 단어를 보고 투어에 참여한 나는 사사프라스 마을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을 뿐이다.
가이드님은 유명한 찻집과 장난감 가게를 알려준다. 이 작고 고요한 마을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가게도 그들밖에 없다. 찻집에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어제 태국 음식을 워낙 먹은 탓에 오늘 아침엔 공복을 유지하려 했건만. 실패다. 역시 '전날 밤 먹은 음식의 양'과 '아침의 배고픔의 정도'는 비례 관계임이 확실하다.
Miss Marples Tearoom
외국식 에이프릴을 입은 직원들이 맞이해 준다. 벽 곳곳에 걸려있는 할머니의 사진들은 이곳의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귀여운 소품들까지 더해지니 정겨운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 같다. 아마도 저 할머니가 ‘Miss Marples' 인가?
이 찻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영감을 받은 가게라고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영국적인 느낌'인 것만은 확실하다.
오늘의 수프를 주문했다. 이 날은 버섯 수프다. 따뜻한 수프는 먹으면 먹을수록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서는 가게를 나섰다.
허기지지만 않았다면 이곳의 자연을 더욱 느꼈을 텐데. 눈앞에는 작은 공원 하나가.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만 이름은 모를 흰 꽃이 잔디 곳곳에서 숨을 내쉬고 있다. 새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리니 자연이 만들어준 명상실에 들어온 거나 다름없다.
Geppetto's Workshop
장난감 가게로 들어갔다. 이름은 「제페토의 작업실」이다. 가게 앞에는 피노키오 인형이 있다. 동심도 되살릴 겸 피노키오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진다. 피노키오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니까. 내 머릿속엔 인자한 제페토 할아버지의 얼굴과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의 모습만 남아 있다.
제페토 상점 안에는 꽤나 재밌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글을 썼다가 지워지는 미니 매직 칠판이 있었는데 '심심할 때 가지고 놀기 재밌겠는걸?'이라고 생각하며 상품을 집었다. 계산대로 가니 오늘의 운세를 뽑는 상품도 있다. 이런 건 못 놓친다. 이 마을까지 온 기념으로 2달러의 하루 운세를 점쳐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