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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26. 2023

플랫 화이트, 샷 1과 1/2 추가요. 아몬드 밀크로.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35. 

플랫 화이트, 샷 1과 1/2 추가요. 아몬드 밀크로.



12시간이 넘는 전날의 투어로 인해 녹초가 되어 늦게 눈을 뜰 줄 알았으나 생체 알람은 7시가 되자 울린다. 불면증은 여행 오자 마자 치료되었다. 역시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적당한 노동량과 휴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멜버른에서 경험한 모든 음식과 커피들이 굉장히 만족스러웠기에 오늘은 부지런을 떨어서 조금이라도 멜버른의 향을 온몸으로 흡수할 테다. 서던 크로스 역에 캐리어와 배낭을 밀어 넣었다. 가보고 싶었던 카페는 Black street에 있다. 



멜버른의 무료 트램존




막연히 무료 트램을 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무료 트램존이 따로 있다. 시드니에서 그토록 잘 이용했던 트래블 월렛이 멜버른에서는 교통카드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마이키’라는 이 도시만의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Corner & Bench」



우선 아침 커피가 시급해서 주변 카페 중 가장 느낌이 좋은 곳에 앉았다. 커피의 도시인 멜버른에서는 커피를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샷 추가도 ‘1과 2/3 샷’처럼 구체적으로 요구가 가능하다. 마치 호그와트로 가는 비밀의 승강장 같은 숫자조합이다. 오늘의 아침 커피는 플랫 화이트다. 그런데 아몬드 밀크로 변경한. 오늘은 색다른 느낌으로 많이 조합해 봐야지. 




카페의 모퉁이 자리에서 바라본 나무와 새
플랫화이트




주문을 하고 가게 밖 모퉁이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Corner & Bench」라는 카페의 이름 그대로다. 

Bourke Street에 울려 퍼지는 교회의 종소리.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마치 이 도시의 사람들이 가진 여유처럼 울려 퍼진다. 멜버른에서는 출근길에 뛰어다니는 사람을 잘 볼 수 없다. (운동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지난 2일간 이 도시에 있으면서 내 몸에 흡수된 문화는 ‘여유롭게 걷기’다. 난 일터에서 종종거리며 돌아다니기 바빴다.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는 동시에 빨라야 한다. 2년여간의 이런 생활로 나의 행동과 말은 조급하고 성급 해졌다. 주변의 환경과 행동이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틀림없다.







여유로움에 대해 적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오늘은 부지런을 떨어서 조금이라도 멜버른의 향을 온몸으로 흡수할 테다’라는 앞선 말은 취소다. 

그저 이곳의 커피 몇 잔과 한 끼의 식사, 그리고 지금 부는 이 선선한 바람만 더 즐기고 가야겠다. 적당한 향기를 묻히고 가야겠다. 그리고 다음을 위한 향을 조금 남겨 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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