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보고 그래프를 보지 말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하고 많은 학문 중에 하필 통계학을 전공해서 오르고 내리는 추이나 숫자에 관심을 끊으려니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과감히 브런치를 파 해쳐 보자라며, 브런치 분석 글을 몇 개 작성했는데, 다른 작가의 통계를 다룬 글 솜씨를 보니 어쭙잖은 수준으로 들이대는 것도 부끄러워 서랍장에 묻어 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숫자에 대한 조바심이 멈추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조금씩 관심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오늘 통계를 한 번도 누르지 않았다. 이런 걸로 뿌듯해하는 게 웃기지만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만족감이다. 브런치 가입 3개월이 지난 어제 구독자가 300명을 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따져보니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2주간 구독자가 200명 정도 증가했다. 8월 말 100명 초반이었는데, 오늘 숫자를 보니 포장해서 말하면, '단 2주 만에 구독자 200% 폭발', '전월 대비 300% 수준'이라고 쓸 수도 있는데, 다 부질없다. 사실, 출간한 것도 아니고, 글 솜씨가 갑자기 유려해진 것도 아니며, 방송매체나 메인에 글이 여러 번 알려진 것도 아니다. 구독자 폭등 이유는 단 하나이다. 우연히 이기주 작가가 내 계정을 구독했고, 그 후로 5일 동안 100명이 늘었다. 거기에 힘을 얻어 글을 더 열심히 쓰고, 다른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을 하다 보니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내 노력이나 실력이라는 착각을 했지만, 결국은 기주 효과이다.
덕분에 숫자에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 어쩌면 3개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그러 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튼, 얼마 전부터 어플의 '통계'를 누르지 않게 되었고, 조금씩 구독자 수도 정말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발행한 글에 댓글이 달리면 어떻게 읽었을까 긴장하며 댓글을 읽는다. 평소 댓글을 많이 달아주는 분이 오늘 글은 어떻게 읽었을까라며 반응을 기대하기도 하고, 처음 댓글을 달아주는 분께는 열심히 계정을 거꾸로 찾아가서 작가의 글을 보면서 교감한다. 댓글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묵묵히 라이킷만 눌러도 큰 힘이 된다. 그것도 안 해도 된다.
브런치 가입 이후 숫자에 대한 관점과 생각이 계속 변했다. 초반에는 조회수에 크게 연연했다. 하루는 내 글 조회수를 올리고 싶어서 지인에게 방문해서 보도록 권유도 했다. 지금도 글 모임이나 브런치 글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방에 가끔 공유한다. 다만, 예전처럼 '조회수를 올려주세요'가 아닌 '저 꾸준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는 의미에서 지속한다. 전에는 포털사이트에 게재되거나 브런치 인기글에 선정되는지 관심 갖고 자주 확인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에 쌓여 있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더 유익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작가 글을 볼 시간이 많아졌다.
조회수에 대해 무뎌지면서 다음은 라이킷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래서 8월 말부터 훑어보는 글도 응원의 뜻으로 라이킷을 누르고 있다. 다만, 전혀 나와 맞지 않는 글과 읽지도 않은 글에는 라이킷을 누르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하며 지나친다. 그러다 보니 수준 낮은 내 글도 다른 작가분들이 많은 라이킷을 눌러주고 있다. 어떤 글은 메인에 올라 있는 글보다 라이킷이 많다는 게 부끄럽지만, 기분도 좋고 다른 작가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어 글에 대한 열정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렇게 며칠 지나다 보니 이제는 라이킷에 대한 관심도 수그러 든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인가 보다. 어느 정도 충족이 되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나만 속물이라 그럴 수도 있다.
조회수와 라이킷을 감내하니까 구독자수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다. 알림 설정을 끌 수 있는 사실을 3일 전에 처음 알았는데, 그전까지 구독은 상대방과 나의 끈끈한 연결선으로 생각했다. 구독을 누르는 순간 새벽에 당신이 글을 올리는 알람 소리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생각했다. 아직 모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초반에는 구독자가 한 명씩 올라가는 게 무척 기뻤다. 하루에 한 명씩 꾸준히 쌓여서 3년 동안 천명 정도 늘면 뿌듯할 줄 알았는데, 수 천명이 넘는 작가의 글을 읽다가 라이킷이나 댓글이 없는 것을 보고 독자가 많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최근 독자수가 급증하다 보니 기고만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감은 커지고 발행에 대한 고민도 늘었다. 특히, 엄청난 몇 분이 구독한 사실을 알았고 몹시 긴장하고 있다. 그래도 갈 길을 가려고 한다. 최근 구독하는 작가의 정성에 고마움의 뜻으로 열심히 맞구독을 하고 있다. 취향이 다르더라도 여러번 읽어보니 흥미가 생긴다. 문제는 울리는 알람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취침시간인 00시부터 05시까지는 알람 제거 설정을 걸어놨다.나머지 시간에 올리는 글은 열심히 읽고 내가 취할 부분을 취하고 있다. 감동도 하고 글도 배우고, 그러다 좋은 기운을 받으면 반드시 댓글을 남긴다.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와 이희선 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주변에서 책도 많이 보내주고 구입도 늘었다
숫자를 조금 뒤로 하면서 글쓰기 방향이 다져진다. 10년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선물하는 목적은 기본이고, 다른 작가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적은 분량의 글을 작성하고 싶다. 1,500 ~ 2,000자 수준으로 가볍게 작성해서 글 모임 식구와도 나누고 브런치에 발행해서 함께 사유하는 시간을 통해 다른 글의 영감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아졌다.주고받는 댓글을 통해서도 글쓰기 동력만 얻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의 경험과 전문성을 배울 수도 있고, 상호 교감을 통해 친분도 두터워진다. 브런치는 아직 영역이 넓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글 모임 친구들은 본 적도 없는데, 누군가 부탁하면 내가 간이고 쓸개며 다 빼줄 정도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만이다.
오랜 시간을 브런치에서 활동했거나 글과 함께한 분의 입장에서 이런 글은 많이 접했겠지만, 지금까지는 진심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브런치 가입 후 3개월 동안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것 같다. 과거 경험담을 읽으면 곧 침체기가 온다는 데 잘 준비해야겠다. 사실,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 과거부터 3개월 정도 빠르게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래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매너리즘 극복 장치를 마련하여 지속했다. 몇 가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하고 싶어서 했던 게 아니고, 글 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거라 다르다. 최근 달리기를 1년 넘게 꾸준하게 하는 것처럼 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덧+) 가끔 술 한잔 하면, 스스로 돌아보면서 뿌듯해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얼마 전까지는 네 가지였는데, 이제는 다섯 가지로 늘리고 늘 지금처럼 웃으며 잘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