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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혜남세아
Jan 05. 2022
우리 사이에는 멈춤말이 있습니다
"할아... 아니 아빠"
우리 부녀 대화 중에 가끔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엄마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종종 일어납니다.
첫째는 그나마 많지 않은데,
아직 어린 둘째는
멈추고
시작하는 경우가 제법 됩니다.
평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까
두 딸에게는 부자연스러운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더 편한가 봅니다.
훨씬 많이 부른 존재라서 입
에
맴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
다시
엄마 아빠가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닙니다.
저는
평생 할아버지를 직접 불러본 적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아이들 입에
맴도는 게
정겹습니다
.
오랫동안 자주 멈춰도 괜찮으니
"할아...
아니 아빠와
할머... 아니
엄마"를
계속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아빠, 엄마를 더 이상은
듣지
못하고
금세 아버지, 어머니로 바뀔까 봐 조금 걱정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8년이나
자란
큰 딸은
멈춤말을 자주 할 만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사랑이 반으로 나눠지자
본인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감정도 커졌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큰딸에게 공주병이라고 자주
놀렸습니다
.
큰딸 역시 공주란 말을 좋아했기 때문에
스스로 공주병이라는 말을 자주 하며 놀았습니다.
하지만, 여섯 살이 되던 해 공주병은
큰 딸에게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친했던 친구 몇 명이 뒷말로 가슴 아프게 했던 거죠.
아이들끼리 가볍게 주고받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공주란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라고요.
당황하지 않고
다른 말로
넘기는
큰 딸을 보고 있으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
고,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옵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
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픈 상처로 오래 남았나 봅니다.
스스로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 공주란
말이
나오면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딸을 너무
사랑하는
저
만
볼
수도 있습니다.
궁금해서
비슷한 말을
사전에서
찾았
지만,
없네요
.
그나마
멈추다와
멎다는
'사물의 움직임이나 동작을 그치게
하다'라고
합니다.
그치다와 머뭇거리다도 같은
의미입니
다.
즐겁게 대화하다가 머뭇거리게 만드는
특정 단어를
멈춤말이라고 정해봅니다.
말만 머뭇거리면 다행인데,
움직임도 그치며, 시간도 멎고,
생각마저 조용히 그 자리에 침착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더 크게
움직이
는 것도 있습니다.
쿵쾅거리
는
심장과
뿜어져
나오는
눈물은
요동칩니다
.
잠시 후
멈췄던
시간과
움직임
그리고
생각은
다시 크게 꿈틀거리면서,
어떤 날은 주체할 수 없어 서로 감싸 안고 울게 합니다.
우리 부부 사이에 가지 구이가 그랬던 것처럼.
새해가 시작하는 첫
주부터
사전에도 없는
멈춤말을 꺼내서
분위기를 머뭇거리게 했는데,
이 글이 친구들에게 멈춤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가끔
슬퍼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슬픔을 느끼고 글로 표현하면서 속을 비우고 나면
그 안에는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번 슬퍼보고 싶은 마음에 끄적였습니다.
글을
통해
슬픔이 치환되는 것도
좋
지만,
멈춤말은
마치
얼음말과 같아서
누군가
가볍게
땡 하면 쉽게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게
친구의
응원
댓글이 될 수도
있겠
지요.
우리 사이에 멈춤말을 조금
더 가볍게 꺼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토닥여주면
서
조금씩
머뭇거림을
줄여주는
보다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표지) 친구가 가져
온
행복_수정
(인스타 @callisoob)
친구가 가져
온
행복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면
생각과 감정이 정리된다
.
서툰 표현 투박한 문체지만
함께하는 친구는 그글이 뭐라고
.
한 글자씩 정성껏 종이에 그려서
무심히 툭 돌려준다
.
글은 공자님 말씀으로 바뀌고
리히텐슈타인 작품이 된다
.
허전한 글은 친구 혼이 더해져
좋은 글로 다시 태어난다
keyword
건강
심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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