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았다. 국민학교 행동발달 사항에 주의가 산만하다고 여러 번 적혔고, 장난이 심해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글도 고스란히 남았다. 매사 잔머리를 굴리며 주변 눈치를 살피고 찰나에도 반응해야 하는 성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고 차분한 삶을 추구한다. 말과 행동도 천천히 느리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단지, 복잡한 상황에서 즉각 조치해야 하는 일터와 하루 걸러 한 번씩 돌아보게 하는 본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기인했을 수도 있다. 딱히 전환점으로 삼을 만한 일도 없었고, 존경하거나 훌륭한 사람을 만나서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성향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명상 수업에 참가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틱낫한 스님의 명상을 함께 읽으며 서로 이해한 내용을 나누고, 각자 명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주고받는다. 이제 막 시작한 나는 대부분 듣고 실천에 옮기지만, 가끔은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나누기도 한다. 아주 조금씩 명상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명상 수업을 하는 한 달 사이에 아버지는 위독했고 둘째 딸은 폐렴으로 입원했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둘은 모두 퇴원했고, 어제 마지막 명상 수업도 끝났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서 지금껏 익힌 명상을 기초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명상 관련 책도 더 읽고, 명상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도 찾을 생각이다.
명상 수업을 신청했던 비슷한 시기에 글벗에게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매일 아침 느리게 읽는 중인데, 얼마 전 명상 수업 중 선생님께서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반가운 마음에 알은체 하면서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끔 우연이 겹치는 게 즐겁다. 더구나 새롭게 무엇을 시작할 때 오는 작은 설렘도 좋다. 그렇게 명상은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금까지 꾸준하게 할 줄 생각도 못 했는데,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삶 속에 스며든 글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행복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함께 글을 나누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글을 통해서 명상의 세계로 연결된 지금, 설레는 미래로 한걸음 내디딜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