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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22. 2023

생선 비린내 고약한 집



북적거렸던 집이 휑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고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평소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취향에 의문까지 들었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막내 괴성이 사라졌고 대지를 울리는 큰 딸 쿵쾅거림도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외계어를 쏟아붓는 일일 드라마 주인공 목소리마저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물 마시러 가는 거친 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생선 굽는 고약한 비린내도 없었다. 심지어는 윗 집에서 물 내리는 소리까지도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게 우리 집은 덩그렇게 비었다.



세상을 살면서 내가 중심이고 둘러싸는 게 가족이며 그다음 울타리가 친구와 일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있을 때는 고독을 즐기고 가족과 함께할 때면 화목하며 친구와 같이하면 유쾌했는데, 우연히 혼자서 집에 있던 어느 날 편안함보다는 덩그렇다는 기분만 들었다. 티브이를 켜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 듣던 음악도 나를 그대로 통과했다. 창밖에 보이는 우리 집과 똑같은 모양 아파트도 회색 벽으로만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집안도 온통 뿌옇게 보였다. 도가 낮고 차분한 게 좋았는데 전혀 편안하지 않았고 평온하지 않았다. 안전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려 했지만 열기만 느껴지며 숨이 막혔다. 고개를 집으로 다시 돌리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머리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사진부에서 혼자 들어갔던 암실이 떠올랐다. 공허하며 낯설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걸었다. 방금 꺼내 입은 옷은 잘 마르지 않아서 구겨지고 옅은 냄새가 났다. 습한 날씨 때문에 땀은 삐질삐질 고 방금 꺼내 입은 냄새 가득한 옷마저 축축해졌다. 몇 걸음 걷지 않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시원하고 고즈넉한 집이 반겼지만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멈췄다. 결국,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시끄럽고 비린내 고약한 집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한 줄 요약
내가 쉴 곳은 비린내 고약하고 시끄러운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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