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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16. 2023

우울증 보다 무서운 효율증



과거에 비해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높아졌다. 정신 건강이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데, 복잡하고 힘든 세상을 살다 보니 불안한 요소들이 끊임없이 다가온다. 더구나 더 복잡하고 불안정한 내면세계 덕분에 불안 덩어리들은 내 안에서 융합하고 증폭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대해서 말하는 게 어렵지  세상이다.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은 주변에 널렸다. 나도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우울증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내 속에서 꿈틀거린다. 바로 효율증이다.



언제부터인가 효율적으로 살지 않으면 숨이 막히고 손이 떨리는 강박이 생겼다. 세상을 살면서 익힌  안 되는 진리 중에 하나가 '과하면 병이다'인데, 과하게 효율적으로 상황질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효율적이지 못한 상황이 스트레스가 될 정도라면 분명 중증이 확실하다. 게다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제시할 수 없으니 난치성 질환이 틀림없다.



일을 하거나 필요한 제품을 살 때, 기분 전환을 위해서 여행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효율을 따지는 게 당연해졌다. 심지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까지 효율을 따지는 경우도 다. 정가를 주고 구입한 물건은 잘못 산 물건이며 길을 돌아가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 멍청이가 되고 비용이 많이 들면 호갱이 된다.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이 나에게 없으면 외면당할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하지만 효율은 노력과 결과에 대한 개인적 기대와 상대적 평가로 나타나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높은 효율을 얻었다고 생각해도 보다 높은 효율 앞에서는 속상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효율에 얽매이고 싶지 다. 효율을 통해 얻는 만족과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아본. 효율의 대명사 가성비를 대신하는 가심비를 떠올린. 마음에 들면 그만이라는 뜻인데, 낭만적이다. 낭만 뒤에 호구나 호갱 또는 비아냥이 따라올게 뻔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깜냥만 키우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다짐하면서도 글쓰기 시간을 확인한다. 일과 시작이 30분 남았는데, 시간을 나눠서 더 할 일이 는지 골똘히 궁리한다.



망했다. 나는 효율증 환자가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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