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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08. 2023

함부로 발행하는 용기



며칠 동안 발행 버튼을 누르는  힘들었다.  주 두 편 글쓰기는커녕 지난 글을 올린 지 열흘이 넘도록 이글저글 번갈아 가며 다듬기만 했다. 때는 단숨에 글을 쓰고 맞춤법 검사기만  발행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글을 읽고 다듬고 다시 읽고 고치고 다시  읽고 지우는 행위만 계속했. 그렇다고 해서 글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글은 다리가 부러지고 처참한 골이 되어 서랍 괴물에게 잡아 먹혀 버렸다. 이 글도 서랍 괴물 세 번째 위 쯤에서 시간과 무관심으로 버무려진  위액과 싸우다 똥이 될 뻔했다.



태했던 추석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짧게 찾아온 일상에 몸부림치며 살아났는데, 다시 사흘 동안 한글 공부하라는 뜻깊은 시간이 찾아오자 너부러졌다. 덕분에 세상 빛을 볼 뻔했던 글들은 서랍 괴물 신진대사만 원활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가까운 글벗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글쓰기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소리를 글로 듣고 나니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점은 잘 안다. 글을 발행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차분하게 앉아서 글을 다듬지 못하다 보니 발행하는 용기가 사라진 것이. 마트폰으로 끄적이고 퇴고해 봤자 글이 세상 빛을 볼 상태가 되었다는 만족감을 충족시키진 못했다. 시간을 확보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구두점을 찍어야 하는데, 육아와 피로를 핑계 대며 잠시 나태했다.  발행 목적이 불분명한 것도 한몫다. 다른 사람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면서도 읽히지 않는 글이 거슬리는 것을 보면 아직도 글쓰기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한 게 확실하다. 아내와 딸에게 남기는 선물로 글을 쓴다면서 주변 사람과 독자 반응을 더 의식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글을 발행하는 것은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고 고민하며 고쳐 쓴 글에 숨을 쉬게 해주는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함부로 발행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서 쉽게 쓰고 부족한 게 보이면 다시 고쳐쓰기로 했다. 이상 고민하다 보면 다시 글럼프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빨리 구두점을 찍기로 했다. 이렇게 다짐하자 이번에는 마침표가 아닌 조금 편안한 쉼표가 새겨졌,



* 한 줄 요약

쉼표로 핑계 대니까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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