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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05. 2024

은퇴를 만류하는 사람들


은퇴를 결심하니까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만류하는 사람들은 "일을 더 해야 한다" "한창 일할 때이다" "자녀 학업을 고려해라"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은퇴 후 세상이 밝지 않다"라며 살면서 많이 들어 본 대사를 활용해서 내 귀를 때린다. 그래도 가끔 가슴까지 스며드는 말도 있었다.


"잘했어. 시간 있으니까 차분하게 잘 준비해"


당장 은퇴할 게 아니기 때문에 은퇴계획을 짠다고 말하면 대부분 그만두고 현업에 집중하라는 말이 돌아온다. 누군가는 지금도 늦었다라며 자기 은퇴 준비로 이어지면서 축적한 자산과 자식 자랑으로 옮겨간다. 지난번에 들었던 그 집 아들이 명문대 3학년 1학기에서 2학기로 바뀐 이야기이다.


나는 어땠는지 돌아봤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까 갑자기 은퇴한다는 사람은 없었고 이직한다는 선후배들은 서너 정도 었다. 충분히 현업을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면 우선 왜 은퇴하냐고 물었다. 개인사를 알고 있는 경우는 짐작이 가서 조금 더 조심스럽게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표본이 적으니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눈에 비친 모습이기 때문에 내 생각이 투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은퇴하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 해소라고 넘겨짚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왜 은퇴를 결심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볼 때 은퇴를 만류하는 사람들이 자기 입장을 빗대어 조언했다면 지금 은퇴 결정은 적절하지 다. 당장 정리하고 현업에 집중해서 조금 더 일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마음이 가는 대로 은퇴길로 향할 생각이다.  가능성을 따져가며 칩을 던졌는데,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유확실하지 않고 확률도 낮은데 플레이어에 시간과 노력을 던질 것이다. 늘 우유부단하고 표리부동했지만, 은퇴만큼은 소신껏 진행할 근거 없는 자신감은 품었다. 앞으로 주변 만류가 더 늘더라 즐겁게 은퇴길로 향할 용기까지 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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