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땀 흘리며 보내는 시간

4화 전투체육(행복의 동력)

by 혜남세아
전투체육[戰鬪體育]
(출처 : 표준 국어대사전)

군대에서, 병사들의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실시하는 체육 활동.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생활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체력 단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루 일과 중 체력 단련 시간은 건강을 지켜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나에게는 하루에 한 번 내 운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 소중했다. 체력단련 시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기 전에 단체 체조를 한다. 익숙한 체조 동작이지만 혼신을 다했다.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는 전문가에 의해서 고안되었고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충분히 근육과 신경을 웜업 시켜주기 때문에 허투루 하면 안 된다. 사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데, 어정쩡하게 체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체조를 마치면 개인 체력 수준에 맞게 달리기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풍경을 한껏 느끼고 싶었지만,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른 없기 때문에 6개월 간 단 한 번도 마을에서 뛰어 본 적은 없다. 내 로망 중 하나가 해 질 녘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도시를 함께 달리는 것인데, 모든 것이 갖춰졌으나 잘못하다간 다시는 걷지도 못 할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단체로 뛰었고, 그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만끽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달리면 해 질 녘 마을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고 보면 로망은 그때 이뤘던 것 같다. 어차피 함께 뛰는 다른 사람들은 우리 시선에는 지워졌고, 오직 둘이서 달리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달랐다. 나는 적당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3~5km를 달렸는데, 매일 10km씩 달리는 내 운명을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다. 후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부터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개인 운동을 시작할 때까지도 내 운명은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 더 지나 달리기를 마치면, 저녁 식사 전까지 배드민턴이나 풋살, 족구, 농구를 함께 했다. 모든 운동은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과 함께 했지만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 한 명 한 명은 지우개로 지워졌고, 결국, 단 둘이서 속삭이며 웃고 즐기는 순간이었다.


매일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5개월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지역 농구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팀을 구성하여 매일 연습을 했고, 연습과 시합 간에는 안전을 위해서 의료진이 항상 동반했다. 어려서부터 농구를 많이 해서 주전급 수준이었지만, 팀원 중에서는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서 벤치에서 쉬는 시간도 잦았다. 그러다 보면 의료진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지우개로 지울 필요 없이 둘이 속삭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농구를 못해서 벤치에 앉아있던 것이 아니고, 단지 나이가 많아서 조금 쉬었던 것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상은 없다.


대회 당일 버스를 타고 티르시에 있는 작은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선수단은 의료진과 촬영팀을 포함해서 열 두세명 정도였다. 말이 체육관이지 농구골대 두 개만 달랑 있고, 비가 오면 땅이 젖지 않게 천막 형태의 지붕만 설치되어 있어 남루했다. 하지만, 촬영한 사진을 보니 인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멋진 공간이었다. 이동하는 시간과 시합 전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의료진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시합 시작과 동시에 허세로운 3점 슛을 멋지게 득점했고, 어디서 힘을 받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월등한 실력이 발휘되어 많은 득점과 함께 팀을 우승시켰다. MOM(Man Of the Match)를 선정했으면 의료진 겸 관객의 몰표로 압도적인 결과가 있었을 텐데 아쉽다. 시합이 끝나고 기념 촬영할 때 상대 팀 선수들과 어우러져 있지만 평소와 다르게 유독 중앙에 많이 있었던 것을 보면, 아이돌이 센터 본능으로 다투는 모습처럼 보인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사진에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사진 속에 남아있는 역동적인 모습 속에서 우리 얼굴 표정은 행복함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밝게 빛났다. 서른 살이 넘도록 살면서 그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난 조커처럼 지금껏 웃고 다닌다.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보냈던 소중한 시간이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껏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동력을 가득 심어 준 것 같다. 누군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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