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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꾿빠이 학교

20세기 가장 훌륭한 발명품의 퇴장


질문하나



근대, 그러니까 19,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은?



정답은 

바로바로

학교다.


21세기는 아직 1/5도 안 지났기 때문에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을 뽑기엔 어려움이 있다. 물론 나는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아이폰이 가장 혁신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계열을 넓혀보면 아이폰보다 혁신적인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19, 20세기, 그러니까 약 200년이 가까운 시절 우리 인류가 가장 많이 빚지고 있는 발명품을 뽑으라고 한다고 아무래도 '사회화기관으로서 학교'를 제외하고는 그 혁신을 말하긴 어렵다.



물론 여기에서 사회화기관으로서의 학교란, 근대에 비로소 등장한 자유시민계급을 위한 보편적 교육제도로서의 한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공립학교를 말한다. 인구의 대다수를 취학시키고 산업역군으로 길러낸 바로 그 학교 말이다. 


오늘은 그 정든 학교에 작별인사를 할 생각이다. 

꾿빠이 학교





한 세기를 1년처럼 네 개의 분기로 나눠볼 수 있다면, 21세기는 현재 1사분기를 거의 다 끝내가고 있는 시점이다. 25년이 한 분기니까, 2023년 8월은 21세기의 2사분기까지 1.6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경제신문을 보다 보면, 기업은 한 분기가 끝날 때마다 컨퍼런스콜이란 걸 한다. 



이번 분기 우리 회사의 영업이익이 얼마였으며, 마진은 얼마나 되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따위를 투자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것이다.


투자를 돈이라는 자본으로 어떤 사업을 구매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 20세기 학교는 많은 국가와 기관에게 가장 좋은 투자처 중 하나였다. 학교에 투자한 대가로 제공되는 배당금인 졸업장은 산업사회의 필수품이었으며, 차익실현으로 볼 수 있는 교육수익률 또한 굉장히 높았다. 물론 학교에 돈을 직접 투자하지는 않지만,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은 국가나 개인이 가진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이기에 학교운영과 취학이라는 행위를 경제적인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그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곳의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등의 심각한 내적, 외적 모순에 직면하고 있으며, 수요자들은 블랙컨슈머로 흑화하고 있다. 누구는 소수에 의한, 소수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축소나 은폐에 다름 아니다. 검은 상복을 입은 교사들이 폭염과 폭우에도(나는 미래를 예측한다) 불구하고 매주 한 곳에 모이는 것을 보면 그것은 모두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겪고 있는 일이다.




허경 기자(서울=뉴스 1) 서한샘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사들이 매주 자발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대규모 집회가 5일에도 이어진다. 교육계에 따르면... 출처뉴스 1

땡볕에도 3주째 광화문으로…"5만 교사 외침 들어달라"뉴스 내용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 1 ⓒ News1 




21세기 1Q 컨퍼런스콜이 개최된다면, 학교라는 사업분야를 남겨둬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품은 이들에 의해 이미 학교의 대안적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실리콘벨리의 부자들은 이미 그들의 구미에 맞는 대안적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실리콘 벨리의 부자들은 더 이상 기성의 학교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라는 말보다는 필요라는 말을 써야 할 것 같다. 



'필요'



사실 그들에게 인간에게 품질보증 딱지를 붙여주는 제도권 교육은 필요가 없다. 미국의 제도권 교육이 실패해서도 있지만, 그들은 공립이든 사립이든 제도권학교교육이 제공하는 그 어떠한 것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제공했던 사회화 기능은 물론, 졸업장이라는 지위재*도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학교를 만들고 그곳에서 그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지위재란? 희소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대체재보다 선호하기 때문에 가치가 생기는 재화. 예를 들어 높은 사회적 지위, 명성, 매우 좋은 식당의 예약, 비싼 자동차 따위이다.(출처: 우리말샘)


애드 아스트라라고 명명된 이 학교 아닌 학교는 일론머스크의 자녀를 포함한 소수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534953


출처 : 데일리한국(https://daily.hankooki.com)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자녀 5명 자퇴시키고 보낸 학교가... - 데일리한국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또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 X를 창업해...

일론 머스크는 과거에 "공장의 조립라인과 같은 학교 교육 대신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스 1(세종=뉴스 1) 장동열 기자 =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은 8일, 최근 불거진 교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교사가 도움을 필요로... 출처뉴스 1

전국교육감 긴급총회 "교권침해 책임 통감, 교사지원책 마련"뉴스 내용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후 세종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사무국에서 열린 교권보호 종합대책과 관련한 긴급 임시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가 법제정이나 개정,,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파편화된 지원책 등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인성교육법, 학교폭력예방법, 선행학습금지법…



그리고 여기에 따라 시행된 각종 부칙과 시행령 그리고 공문들...

굵직한 사회이슈가 있을 때마다(사람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법을 뜯어고치고 거기에 따른 정책을 실현한 것이 바로 현재 대한민국 학교의 모습이다. 



만족스러운가?


그런데 또다시 법을 고치고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법은 고쳐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고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내구연한이 다 된 것은 버려야 한다. 기워 신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일론머스크처럼 제도권 학교에 얻을 것이 없어진 사회는 점점 더 교사와 학교를 백안시*할 수밖에 없다.

*백안시란? 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흘겨봄.(출처:표준국어대사전)



인간의 천성이 그렇다.

흥부가 마냥 착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줄게 있는 놀부네 앞에서 만일수도 있다.

학교가 줄 것이 없는데, 혹은 자신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도덕과 윤리로 학교와 교사를 존중할 학부모와 학생이 몇이나 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동종업계라고 볼 수 있는 교육부 사무관조차 '왕의  DNA' 운운하며 교사를 업신여기는 것이 현실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왕의 DNA 가진 아이‥왕자 대하듯" 교사에 보낸 9가지 요구가‥뉴스 내용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보냈다는 편지에 담긴 9가지 요구사항입니다.'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을 들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4번째 요구사항에선 지시와 명령투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를 사용해 달라며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출처MBC



하루빨리 학교를 대체할 새로운 발명품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서로가 서로를 리스펙트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 조차도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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