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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철인(哲人) 박명수

역사의 쓸모와 발전의 상대성


인류의 시공간적 궤적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에 비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프로젝트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도 하나의 프로젝트였고, 사고의 실험이었으며, 실천이었다. 다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을 뿐이다. 조금더 거슬러올라가보면 왕이나 황제, 혹은 교황이 세상을 통치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 시절도 역시 하나의 굉장히 긴 실험프로젝트로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종단연구의 참여자쯤 될까. 정책입안자나 국가원수들은 연구자쯤으로 생각될 수 있을까








© nasa, 출처 Unsplash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할 때이다. 참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수동적인 경향이 있으므로(내적/외적으로), 연구프로젝트의 책임자들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좌우하게되는데, 귀중한 자원과 시간을 여러모로 낭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단순한 애국심 고취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 능력,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할 의무가 그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출직 공무원인 고위공직자들도 응당 그래야한다. 반면교사를 업으로 삼아야 제대로 된 공무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공무원인 교사(더 넓게는 학교급에 상관없이 공교육 현장에 근무하는 교사)는 어떠한 책무를 지니는가? 이들은 참여자일까. 연구자일까.








© nci, 출처 Unsplash





이들은 참여자인 동시에, 연구자이다. 공무원 집단은 가장 큰 단일 집단 중 하나이다. 그들은 유사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니며 공교육에 종사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집단의식, 계층의식은 다음세대에 고스란히 전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그들이 참여자적 연구자가 되어야하는 이유이다. 반성적 사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즉 '하던대로만' 교육활동을 진행한다면 필연적으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똑같이 행하고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편, 이러한 '개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박혜윤의 최신저작 #도시인의월든 에서 빌려온 논리에 따르면 이렇다. 이들에게 변화는 개선이나 발전이 아닌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유기체의 반응들의 합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문명의 양이나 질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류문명은 다만 변화 그 자체일 뿐이지 그것이 더 발전된 상태라거나 더 나은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세계관 때문에 이들은 본성을 통제하여 일관된 질서를 이룩하는데 관심이 없다. '自然'이라는 한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인간 또한 그래야한다는 것이다. 동서양의 역사적 인물로 예를 들자면, 서양의 스피노자가, 동양의 연암 박지원이 그렇다. 이 둘은 공직에 나아가 출세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자연과 더불어 스스로 그러한 삶 그 자체를 즐긴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가장 먼 사람들은 누구일까. 라이프니츠와 정약용을 말한다. 이 둘은 앞 선 두 인물과 다르게,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엔지니어 정약용' 10년 걸릴 화성, 3년 안에 끝낸 비밀은?뉴스내용거중기를 활용한 돌 적재 방식. 다산북스 제공 엔지니어 정약용/김평원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 다산 정약용. 그는 실학자였지만,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 인물이다. 만약 오늘날의 관점에서 그의 직업을 묻는다면, 그는 뭐라고 얘기할까? 정치인, 아니면 학자나 교수, 관료, 수많은 책을 썼으니 저술가라고 해도...출처부산일보






여기서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그럼 가난과 빈곤, 그리고 저개발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준 발명품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박혜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그러한 발전 역시 하나의 '변화'중 일부로 보아야하며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때보다 세탁기를 쓰는 지금이 더 발전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게 절대적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세탁기가 발명된 시대의 맥락 안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세탁기를 기뻐하며 사용하지만, 내가 선호한다는 사실이 곧 절대적인 선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탁기를 개발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편리한 기술이나 물건들이 개발되어도 기존의 불편함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감수하기도 한다. 




박혜윤, 도시인의 월든 중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발전, 발전, 발전(피식대학 한마음 산악회 멤버의 열정, 열정, 열정처럼 말 뿐인)하며 살아오지만 이러한 구호가 진정한 발전과 개선을 가져다주는지는 의문이다. 가끔 '00년전 오늘'식의 뉴스기사나 리포트를 볼 때가 있는데, 그 때 그 시절의 그들은 지금의 우리들과 너무나 닮았다.  우리는 과거(혹은 역사)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우리는 과거(혹은 역사)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 giamboscaro, 출처 Unsplash






종이와 문자가 발명된 이레로, 인류는 수많은 지적유산을 후대에 전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가 발딛고 있는 2022년은 과거보다 편하고 풍요롭다. 그러나 이런 편리와 풍요가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말했듯,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영국의 속담을 경제학자 하이예크가 경제적 상황에 빗대어 유명해진 말) 우리는 조금 더 편하기 위해서 혹은 조금 더 멋지기 위해서 혹은 조금 더 발전되어보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산하며 소비하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며, 현 문명의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자본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봐야할 지점들이 있다. 과거로부터 배워야할 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연으로부터 배워야할 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머스크가 직접 스마트폰 만들겠다고 한 까닭뉴스내용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앱스토어에서 트위터가 퇴출된다면 대안으로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리즈 휠러와 트위터로 대화하던 중 나왔다.26일(현지시간) 휠러는...출처전자신문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데 큰 기여를 한 다산 정약용이 보기에 화성에 간다고, 아니 이제는 산다고까지 말하는 일론 머스크는 어때 보일까?


지구의 환경은 있는대로 망쳐놓고 화성으로 도망치듯 떠난 인류를 과거 후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개그맨 박명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한 말의 맥락이 와닿을 때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 여기까지가 그의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전후사정을 잘 알지 못하나, 그것을 이렇게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진짜 늦었으니까, 진짜 진짜 제대로 해보자. 






            


        박명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을 때' 어록 담은 자기계발서 '남보다 나' 편찬!뉴스내용박명수가 본인의 명언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집필한다.JTBC '할명수'의 열세 번째 에피소드 '자기계발서 작가 할 명수' 편이 20일(금) 오후 5시 30분 할명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어록 부자로 잘 알려진 박명수가 본인의 명언들을 토대로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과정을 담는다.최근 '할명수' 촬...출처MBC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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