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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나의 첫 슬램덩크 관람기

농구코트 위의 인생


최근 개봉한 영화 슬램덩크를 봤다.



원래는 아바타2를 보려고 했는데, 아내는 긴 영화를 안 좋아한다. 회사 동료들이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는 후기를 들려주며 유혹하려고 했지만, 나도 조금은 부담이 되어 져주기로(?) 했다.



사실 난 그런 아이였다. 



왜 그런 친구 한 명쯤은 반에 꼭 있지않은가.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철봉에 매달려 있거나, 혹은 모래사장에서 모래장난하고 있는. 물론 다른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리그에 한창일 때다. 농구면 농구 축구면 축구. 다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만화책 '슬램덩크'도 그렇게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 못했고, 대충 펼쳐만보고 한번도 빌려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즉, 이번에 본 슬램덩크가 내 인생 처음 '슬램덩크'였던 것이다.



사실 이번 영화도 그렇게 큰 기대는 없었다.



역시 기대가 낮으면, 만족이 큰 것일까. 다음은 이번 극장판 슬램덩크 'the first slamdunk'를 보고 느낀 점들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이노우에 다케히코출연미등록개봉2023. 01. 04.





감독(지도자 혹은 리더)의 제1조건; 메타인지




feat. 안감독님






안 감독님은 강백호와 짝지어지며 극 중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로만 알고 있었다. 국가대표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후덕한(?) 몸매와 인상이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이번 영화관람을 통해선 이 '안 감독님'의 역할을 눈여겨 보게 됐다. 



감독은 두 가지를 읽는 사람이다.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 평상시에는 선수들과 훈련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의 모든 것들은 수집한다. 신체적 능력 뿐만 아니라, 의지나 투지 혹은 똘끼(?)같은 정신적, 정서적 특성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감독의 일이다. 



영화 속에서 북산고의 교체는 곧 '강백호'의 투입여부다. 



다른 멤버들의 교체는 없었다. 오직 강백호와 안경선배와의 트레이드만 있었을 뿐이다. 안경선배는 안정적인 플레이어일 것이다. 그러나 북산고에서 필요한 것은 '판 흔들기'였다. 강백호보다 그것을 잘하는 이는 없다. 강백호에게는 상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런 것 따위는 이 강백호에게 통하지 않지. 나는 초짜니까!






선수이면서도 기초적인 룰도 숙지하지 못하고 더블 드리볼 같은 반칙을 범하는 강백호는 경험이 부족하다. 안 감독은 이것을 십분활용한 것이다. 많은 경기를 치뤄보다보면 알게될 것이다.







 이 정도 시간이 남으면, 현실적으로 따라 잡기는 쉽지 않겠지.


 우리 실력으로는 저 팀을 상대해 승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험자들의 뇌피셜







이런 '현실적인'인 생각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된 선배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자기자아에 침잠해서 경기를 넓게 보지 못하는 상태)에 들어간다. 채치수가 그렇고, 정대만이 그랬다. 



안 감독은 이때 강백호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한다. 아무도 그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상대편은 허를 찔리고, 이것이 승기를 잡아올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된다. 그러나 안감독이 만약 강백호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즉, 강백호의 신체적 능력이라든지, 그의 똘끼라든지, 둘 다든지) 강백호를 결정적 시기에 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 그는 강백호를 믿었기 보다는, 그 자신의 판단을 믿은 것이다. 그것이 결론적으론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자신이 내리는 판단과 그 판단의 근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이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는 개인에게도 필요하지만, 한 조직의 리더에게는 절실하다. 



멀리까지 혹은 높은데서 조망하지 못하는 리더는 조직원을 데리고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고, 이는 작게는 패배, 심각하게는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cocoparisienne, 출처 Pixabay










초심자의 행운




feat. 강백호






앞에서도 말했듯, 강백호는 초짜, 그러니까 초심자이다. 농구를 시작한 지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설정이다. (정확히는 주장 채치수의 동생 채소연의 환심을 사려고 시작한 농구다.)



어떻게 그런 그를 기용할 수 있는가는 앞에서 말한 감독의 메타인지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강백호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해낸 것일까?



딱 한 가지다. 



탁월한 신체능력: 괴물이라고 불리우는 상대편 주전선수 보다 점프를 높게 뛰어 리바운드를 잡아낸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일수있다면, 초심자이기에-어떤 플레이를 했을 때 다음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잘 안된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해낸다. 



라인아웃되려는 볼에 몸을 날려(정확히는 자기 등을 날려) 되살려내는 플레이가 바로 대표적인 초심자의 플레이다. 이 플레이는 장내 모든 사람들을 놀래게 하는데, 이는 선수 생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플레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부상으로 바로 은퇴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백호 그는 그 어려운, 아닌 미친 짓을 해낸다. 그리곤 결국엔 승리한다. 그가 앞뒤재지 않고 해낸 위험하고 과감한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과연 북산이 승리할 수 있을런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다만, 이런 행운은 정말 자신이 초짜일 때, 그 때  온다. 내 짧은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대학교 1학년, 쳐보지도 않은 고스톱을 MT 때 쳐 본적이 있다. 내노라하는 타짜(?) 선배들이 있었는데, 내가 이겼다. 어떤 패로 얼마나 큰 점수차이로 이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단순한 룰도 몰랐고, 그냥 재미로 했다. 지킬 것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당연히 돈은 걸려있지 않았고, 지켜야할 명성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린시절 했던 메모리게임(같은 그림 빨리 맞추기)이랑 유사하게 생각했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 내가 승자가 됐던 것이다. (물론 옆에서 훈수두는 동기들이 있긴 했다. 그래도 결정적인 판단은 내가 내렸으므로, 이를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우겨본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로 난 단한번도, 고스톱 판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고스톱에서 이기지 못한 것은 내가 훈련을 안했기 때문이다. 고스톱같은 게임이라 딱히 훈련할 이유도 없었지만, 이를 농구라는 혹은 다른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식투자를 멋모르고 시작한 '주린이'들이 시장에 대한 이해나 기업에 대한 공부없이 시작한 본격적인 투자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강백호는 열심히 훈련을 해야한다. 그래야 '전국제패'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







나에게 오른손, 왼손, 그리고 공은 무엇인가?




feat. 왼손은 거들 뿐






'왼손은 거들 뿐'



이 대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말이다. 나도 그렇다. 



허세가득한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기로했다. 



구기종목인 농구에서 슛은 골로 연결되는 행위로, 승리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쉽게 말해, 골을 넣어야 이기니까 슛을 잘 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수행평가로 자유투나 레이업슛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연습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안 들어간다!!!



또, 잘들어가는 듯 싶다가, 뭔가 달라지면 또 안들어가기 시작하고,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큐cue는 타당하다. (오른손잡이의 입장에서)



농구에서의 슛은 오른손의 스냅으로 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왼손이 무거운 농구공을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불안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왼손은 오른손의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정말로 왼손은 공을 받쳐주기만 한다. 파워와 각도 등은 모두 오른손에 달렸다. 



이를 비유적으로 살펴보자면, 인생의 다양한 것을 이 슛의 '3요소'에 넣어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공'이 자산형성이라고 한다면, '오른손'은 현재의 직업이고, '왼손'은 배당주나 리츠주식 같은 패시브 인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공'을 승진이라고 한다면, '오른손'은 나의 능력, '왼손'은 인간관계로 설정해볼 수 있다. 








© elizagalevi23, 출처 Unsplash





만화 '미생'이 단순히 바둑만화가 아니듯이,


영화'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단지 농구 애니메이션이라고만 할 수 없다.



바둑판이든, 농구코트든


모든 곳엔 그 곳에 서있는 사람의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안 감독님같은 지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게 우리 모두의 마음이고, 강백호 같은 초짜 신입이가 밉지만은 않은 이유다.



빨간머리 '강 감독님'이 등장하는 the last slamdunk'같은 번외편이 나와보길 기대해본다.








© markusspisk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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