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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Jul 22. 2018

그것

77화

오늘 태어난 지 150일쯤 된 아기와 만났는데, 그 아기가 내 품에서 잠깐 잠들었다. 내가 안으니 눈을 비비고 꿍얼거리기에 마음에 안드는가보다 했는데 다시 안으니까 좀 더 뒤척거리다가 잠드는 게 아닌가. 너무 귀여웠다. 내가 침대에서 편한 자세를 찾아 뒤척거리듯이 내 품 안에서 뒤척거리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기대어 고양이처럼 낮게 코를 골면서 잠든 아기를 껴안고 있으니까 지난 주 내내 생각하고 있던 낱말이 다시 떠올랐다.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것. 그것은 교감이다. 연인이 되기 전에 감정을 나누는 것은 썸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고,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애착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다. 사람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교감을 하고 싶어한다. 교감은 오랫동안 시간을 가지고 나눌 수도 있지만 간단한 대화로도 가질 수 있다. 능숙해지면 마치 정말 실력이 좋은 두 테니스 선수가 주고 받는 좋은 볼처럼, 절묘하게 의표를 칠 수 있고 정확한 리시브를 받아낼 수도 있다.


아기와 상대방이 나눌 수 있는 것처럼, 교감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보내는 신호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 할 수 있다. 교감의 신호는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언어처럼 시스템을 통해 의미를 주고 받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의미로 새로운 신호를 주고 받는 일은 언제나 재미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신호를 만들고, 보내는 일은 힘들다. 아무것도 안 느끼고 아무 의미도 없이 흘러가는대로 사는 것이 제일 편하다. 나같은 사람이야 모든 것에 의미를 찾고, 담고, 의미없는 일은 하기 싫어하지만 이런 '의미의 세상'에 전혀 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도 깊이 이해한다. 나도 성격이 맞다면 이 곳을 떠나겠지만 그럴 수가 없을 뿐. 하지만 이 세계도 살 가치는 충분히 있다.


교감이란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말 외에 모든 것으로 하는 거다보니 현대에는 참 교감을 하기가 어렵다. 교감을 하려면 일단 오프라인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으로 하는 교감이란 건 아무리 능숙해도 그 의미나 에너지가 온전히 가 닿기 어렵다. 문자와 목소리로만 하는 교감은 마치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열심히 달리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고 정말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그 상실의 고통을 느끼며 필사적인 훈련을 통해 다른 지체 혹은 감각기관이라도 월등히 발전이 되어 있느냐.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만큼 교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그저 모를 뿐, 심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게 아닐까.


잠든 아기를 껴안고 생각했다. 교감. 교감만이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구나. 바로 이거였어. 서로를 평안 속으로 데려가는 것.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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