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책임

48화

by Lia

며칠 전,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났다.


나는 내가 한 말, 내가 하기로 한 일, 내 약속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물론 그것들을 다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아주 힘들다. 내가 지키지 못한 말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그래도 매일 어리석게 다시 다짐하고 노력한다. 완벽하게 지켜보려고.


이런 성격 탓에 그 동안 남을 책임진다는 건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동물이나 식물처럼 나보다 약한 존재가 아니라, 내 친구나 부모 형제같은 존재들에 대해서는. 특히 나를 남으로 만나 좀 바뀐 사람들에 대해서.


사람은 누군가와 상관이 있어지는 순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 역시 사람들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중엔 나를 많이 변화시킨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변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도 나로 인해 지금쯤이면 그 때의 계획과는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있을 것이다. 어느 틈에 난 내가 준 영향은 싹 지우고 내가 받은 영향만 애써 기억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내가 이기적이라는 게 당연하다.


분명히 좋은 의도와 좋은 감정으로 시작되었을텐데, 왜 인간관계는 그렇게 좋게 마무리되지 않는 걸까.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하고도 책임을 잊고 살았던 걸까. 생각하면 문득 두렵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생을 책임지고 살아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없다. 이 사실이라도 더 뼈저리게 느끼면서 살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아직 나와 상관있는 사람에겐 나의 책임을 다해야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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