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아침을 사랑한 올빼미

52화

by Lia

시간이 좀 지났다. 그 동안 내 삶이 어땠는지 돌아보니, 썩 많이 바뀌었다. 4월 안에는 다시 연재를 재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다.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며 잠시 생각해본다. 자영업자에게 하루하루란 정해진 루트대로 가는 일상도 아니고, 월급날을 기다리는 디데이카운터도 없다. 마치 새로운 벽을 뚫고 시작되는 예측불가능한 터널이라고 할까. 그렇게 막막한 터널을 뚫어나가듯이, 하루가 시작된다. 무거운 머리를 겨우 쳐들고 주섬주섬 일어난다. 기분을 좋아지게 해보려고 음악도 틀어봤고, 눈을 뜨고 재밌는 글을 보기도 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스마트폰이 원흉인 것 같아서 도리어 핸드폰을 멀리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차라리 오늘 무엇을 입을지를 고민하고, 오늘의 내 얼굴은 상태가 어떤지 살피는, 그런 일을 하게 됐다. 아직은 낯선 시작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침을 사랑한다. 아침은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아침을 좋아하는구나, 깨닫는 거다. 일단 침대를 벗어나기만 하면, 아침은 언제나 나에게 행복을 준다. 아침엔 하늘이 흐려도 좋고 밝아도 좋다.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질질 끄는 발걸음. 늦잠을 자는 나에게 아침을 즐길 시간은 10시부터 12시, 겨우 두 시간 뿐이다. 긴 아침을 즐겨보려고 일찍 일어나도 봤지만 그건 아주 드물게 성공한다. 대부분은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든다. 아침은 온 세상이 새로움으로 가득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아침에 혼자인 게 좋다. 잠에서 깰 때 혼자라는 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가족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집은 전체가 다 침대인 것처럼 푸근하다. 물론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시끌벅적한 아침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나에겐 별로다. 나는 시계 초침소리만 째깍째깍 들리고, 마치 내가 너무나 늦잠을 자버려서 큰 일이라도 난 것 같은 기분으로 눈 뜨는 게 좋다. 실제로 그런 적은 없다. 그냥 그 느낌이 좋은 거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후에 몸을 일으키고 방 밖으로 느릿느릿 나오는 그 모든 소리, 느낌, 모습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언제나 아침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상상한다. 나에게 사랑한다는 건 아침을 함께 하고 싶은 거다. 잠에서 깨자마자 사랑하는 이를 본다는 건 엄청난 축복임에 틀림없다.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아침은 뭘 해도 기분이 좋은 시간인거다. 물론 학교를 다닐 땐 아니었다. 학생일 땐 아침에 눈 뜨면 학교 안 갈 핑계거리를 찾았다. 나중엔 핑계거리를 찾는 성의도 보이지 않고 그냥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서 오전의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인생에서 손꼽힐만큼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날은 사랑하는 나 자신과 맞이한 첫번째 아침이었던 게 아닐까.


점점.



p.s. 연재를 쉬는 동안에도 구독자분들이 좀 늘었었어요.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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