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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들을 보고 현실을 파헤친다

음악 딴따라 이야기

by 정이안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어머, 나도 저 주인공처럼 하면 슈퍼스타가 되는 거 아냐?!"


라는 설렘으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간 낭비,

체력 낭비, 금전적 낭비를 경험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극현실주의자로서, 20년 동안 음악을 해오며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지닌 필자가 바라본 음악 영화 속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비교해보려 합니다.

"아,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구나."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요테 어글리 - "방음이 되지 않는 뉴욕 월세방에서 작곡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낮에는 작곡을 하고,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며 뉴욕에서 꿈을 키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뉴욕 월세방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도 어렵거니와,

옥상에서 연주한다고 해서 성공의 기회가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현실 속 작곡가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몇 개의 괜찮은 데모곡을 만든다고 해서 바로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퍼블리셔(작곡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그들이 보내는 송 리드(Song Lead)에 맞춰 매주 한 곡씩,

보컬과 가사까지 내일 당장 회사 측의 가수가 녹음해서 발매해도 될 만한 곡을 보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곡 100개를 퍼블리셔의 A&R 담당자에게 보내면

그중 단 한 곡이라도 팔릴까 말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데모 CD를 만들어 보낸 것이 우연히 선택되고,

곧바로 꿈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음악 산업의 실제 종사자들이 보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장면입니다.

(참고: 송 리드(Song Lead) - 제작사나 기획사가 주문하는 곡의 구성, 분위기, 콘셉트 등이 적힌 발주서.)


#어거스트 러쉬: 음악의 힘을 오해한 영화

길을 지나가다가, 누군가가 갑자기 음악에 감화될까?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입니다. 괜히 OTT 서비스가 뜨는 게 아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음악의 힘’이라는 마법 같은 요소로 모든 것을 퉁쳐버리려 한 이 영화는,

결국 허무맹랑한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감동 코드만 남겼습니다.

음악의 힘이란 무엇인가?
음악이 가진 힘이란 길 지나가는 누군가의 마음을 순식간에 후벼 파는 게 아닙니다.

음악이란 것은 감정을 조율하고, 때로는 특정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며, 팔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서, 좋은 음악은 '굿즈 하나라도 더 팔 수 있게' 만들어 주면서도 세속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그리고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해주는 대표적인 장치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금만 떴다 하면 다들 음반 1장씩 내는 테크트리를 타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유명한 사람이 본인의 인기 POOL을 활용하여, 활동을 재개하는 개연성은 음반 판매로 두고

실제 판매수익은 굿즈 판매로 두는 전략은 지금도 꽤나 ROI(투자 대비 수익)가 잘 나오는 사업 모델입니다.


실제로도 많이 사용하는 굿즈들로 아래의 물건들이 있겠습니다.

랜덤 포토카드

멤버별 재킷 디자인

악수권, 투표권, 당첨권

멤버 얼굴이 박힌 엽서, 키링, 기타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실제 매출액을 위해서 음악이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는 물건들입니다.

법적으로도 문제없는 수익 모델이고, 결과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도 효과적이죠.
그러나 기반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는 개인이 이걸 따라 하려 하면?

당연하게도 ROI는 압도적으로 극악이 됩니다.

이러한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음악의 힘", "글로리 한 멜로디" 같은 이상론을 들고

기획자, 투자자, 제작자 앞에서 떠들기 시작하면? 회의 분위기만 싸늘해질 뿐입니다.

결국 상업 음악 시장에서 음악의 힘이란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네 곡으로 1등 할 수 있어?"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없다면, 음악의 힘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녀는 거짓말을 사랑해: 음악 산업의 현실과 거리감

일본 음악 영화 '그녀는 거짓말을 사랑해'는 음악의 힘을 강조하는 작품이지만,

현실적인 음악 산업의 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을 소재로 한 감성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맥락이 상당 부분 생략되거나 과장된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이 작품은 매년 야마하(Yamaha)와 소니뮤직(Sony Music)이 협력하여 개최하는 오디션에서

우승한 인물이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영화라기보다는 음악 산업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영화에 감동을 받았다면, 그것은 소니뮤직과 야마하의 의도대로

흘러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령 작곡가라는 설정의 허점
영화의 주요 서사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밴드를 하던 동창들이 우연히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으며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곡 작업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멤버 한 명이 ‘유령 작곡가’로 활동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 있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작권료와 실연료는 어떻게 정산받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음악 산업에서는 작곡가의 정체를 감추는 것이 어렵습니다.

곡 제목과 가수명만 검색해도 해당 저작권자의 본명이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점을 무시한 채

'정체를 숨긴 천재 작곡가'라는 설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작권협회에서 예명으로 검색해도 본명부터 어떤 예명들을 사용했는지 전부 검색이 가능하다.

이는 실제 음악 산업의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비현실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작곡가에 대한 과장된 묘사
또한, 영화에서는 다음 앨범에 실릴 곡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작곡가 한 명의 작품만이

집중적으로 주목받으며, 기획사 내부에서 과도하게 감탄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스고이~~!!! 나미다가 아후레루!!! 역시 넌 천재야!!!"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 앨범 제작 시 수천 곡의 데모가 접수되고, 이를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최종 1~5곡을 선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단, 한 명의 작곡가가 모든 주목을 받으며 독점적으로 곡을 제공하는 일은

소규모 저예산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극히 드뭅니다.

영화의 서사 구조상 주인공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 음악 산업에서는 기획사, A&R, 퍼블리셔, 프로듀서 등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개입하여

곡을 선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그녀는 거짓말을 사랑해'는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음악 산업의 현실적인 면을 상당 부분 생략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 산업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성

그녀는 거짓말을 사랑해는 음악을 소재로 한 감성적인 이야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음악 산업의 현실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음악이 단순히 감성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자들의 협업과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음악 산업과의 괴리를 인지하고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소라닌: 현실적으로 음악인의 삶을 담아낸 작품

음악 영화가 종종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비현실적인 성공 스토리를 그려내는 경우가 많지만,

소라닌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의 힘으로 갑자기 스타가 탄생한다거나, 우연한 기회로 대형 기획사 관계자에게 발탁되어

화려한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저 밴드를 하고, 함께 연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감동을 받아 길거리 연주자를 유명하게 만들어준다거나,

극적인 사건이 이어지는 구성은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밴드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며, 그것이 전부입니다.

이렇듯 소라닌은 현실적인 음악 생활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덤덤한 현실 속에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비긴 어게인: 음악 산업의 현실을 조금만 더 고려했더라면...

비긴 어게인은 제작비가 없는 상태에서 거리에서 녹음하며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창의적인 설정과 감성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다루는 음악 제작 과정은 현대 오디오 기술의 한계를 간과한 면이 있습니다.

이를 보고 작업 의뢰자들이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보니까 이렇게 해주던데요?"


라는 말이 작업 의뢰자의 입에서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노래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고, 대중에게 알려진다는 식의 흐름이 이어지지만, 현실에서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작은 볼트 하나를 생산하는 회사조차도 마케팅과 홍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합니다.


그렇다면 제작비조차 없는 독립 음악인이 어떤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음악을 어떻게 홍보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것인가?'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다뤄졌다면, 영화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졌을 것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꿈을 좇아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하지만 음악 산업의 현실적인 측면까지 고려되었다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원스: 현실적인 음악인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

많은 음악 영화가 주인공의 성공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결국 주인공은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었다!" 같은

엔딩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원스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계약을 따내도, 자신의 곡이 누군가의 앨범에 실려도

특별히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마치 담담한 일상의 연장선처럼 보이지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음악 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 산업에서 ‘픽스(FIX)’의 의미
음악을 시작한 후, 많은 이들이 기획사와 계약을 논의하고, 곡이 픽스(FIX)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픽스란, 기획사가 곡을 채택하겠다고 의중을 밝힌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픽스를 받은 곡은 해당 기획사가 발매할 때까지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없고, 다른 회사에 보내지도 못합니다.

발매가 되기 전까지는 그저 ‘홀딩(holding)’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며,

이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작곡가는 시간과 노력, 심지어 창작 기회까지 잃게 됩니다.


이처럼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실제 발매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몇 년이 지나서야 한 곡이 간신히 세상에 나올 수 있지만,

그때의 감정은 기쁨보다는 오히려


"이제야 하나 나왔구나..."


하는 묘한 허탈감과 현실적인 체념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려낸 것이 원스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감동을 위한 과장된 연출 없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 아 유어 프렌즈: 불쏘시개

영화 위 아 유어 프렌즈는 DJ 문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지만,

그 흐름과 설정에 있어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이 작품은 DJ가 비트와 사운드를 자유롭게 다루며, 음악을 플레이하는 과정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단순하고, 클리셰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장면들 – 예를 들어, 대마초를 피우며


"오우 쒯~ 너의 플레이리스트 정말 끝내주는군~ 맨~~~"


이게 전부였습니다.


'그냥 스포티파이 추천 플레이리스트 틀면 안 될까????'라는 생각만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DJ 문화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겉모습을 과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음악과 스토리의 연결 부족

DJ라는 직업을 조명하는 영화라면, 그들이 어떻게 음악을 해석하고 믹스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 아 유어 프렌즈는 DJ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그 세계를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의 노래: 음악 산업의 현실을 끝까지 숨긴 영화

태양의 노래는 감성적인 음악 영화로, 주인공의 음악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풀어나갑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방식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여주인공이 자작곡들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발매만 하고 끝났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소니뮤직과 야마하라는 두 대형 음악 기업의 마케팅 요소를 끝까지 숨기면서,


"음악의 힘이 너를 이끌었다"


라는 메데타시 한 메시지로 마무리됩니다.


❉ めでたし(메데타시): 일본어 めでたい(메데타이, 경사스럽다)의 고전문어 형태로, 주로 권선징악이나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을 의미하는 일본 전래 동화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비현실적인 음악 산업 묘사
이 영화의 결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완전히 무명인 가수의 데모 녹음본이 공중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송출된다는 설정입니다.


현실적으로 방송국의 라디오 PD가 수많은 가수와 레이블에서 쏟아내는 음원과 데모 중에서

무명 아티스트의 곡을 특별히 선별해 방송에 내보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현실적인 음악 산업의 모습은 어땠을까?
만약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성공시키기 위해 현실적인 PR 전략을 구사했다면 어떨까요?

1. 방송국 출입증을 어렵게 얻어내고,

2. 각 방송국의 작가와 PD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고,

3. 명품 선물과 음료수, 그리고 가수의 CD를 수줍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4. 수많은 CD 더미 중에서 PD 나 작가가 그저 '시간 채우기' 용도로 우연히 선택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이렇게 전개되었다면, 음악 산업의 현실을 아주 잘 반영한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담당 PD가 직접 선별한 듯한 연출을 선택하며,

마케팅과 홍보의 현실적인 과정이 생략되었습니다.


그 결과, 태양의 노래는 음악 산업의 본질을 담기보다는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예스터데이: 음악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간과한 설정

예스터데이는 가상의 설정을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갑자기 비틀즈의 음악이 사라지고,

주인공만이 그 곡들을 기억한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좋은 노래를 발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이라면,

현실적인 음악 산업의 구조를 고려했을 때 너무나 낭만적이기만 한 접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비틀즈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비틀즈는 단순히 훌륭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초기 활동을 돌아보면, 비틀즈는 처음에 계약했던 독일 레이블을 떠나

보다 큰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영국의 파롤로폰(Parlophone)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여 대중적인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만약 비틀즈가 자본력이 부족한 독일 회사와 의리가 중요하다며, 끝까지 함께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비틀즈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그 당시 잠깐 반짝이나 했을지 어떨지도 모를,
수없이 발에 치이는 밴드 중에 하나가 됐을지.


이 부분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 산업은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비틀즈가 롱런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은 단순히 음악만 좋아서가 아닙니다.
그들의 성공에는 거대한 투자와 강력한 마케팅이 뒷받침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좋은 음악을 발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음악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와 마케팅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곡이라도 대중에게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라디오, 음원 사이트, CD 제작, 악기 등 음악과 관련된 모든 요소는 공공재가 아니라 상업적인 상품입니다.
즉, 자본이 투자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예스터데이는 창의적인 설정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영화지만, 음악 산업의 현실적인 면을 좀 더 반영했다면 더욱 설득력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현실 그대로의 클래식 음악 이야기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악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스타 탄생’ 서사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내신 성적과 실기 시험을 거쳐 필터링된 음대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일반적인 대중음악과는 결이 다릅니다.

전 국민적인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현실과 큰 괴리가 없습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적 감탄을 공유하는 모습입니다.

극적인 성공을 위한 비현실적인 설정보다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하는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헛된 꿈을 심어주는 내용이 아니라 현실적인 클래식 음악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을 보고 음악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내신, 수능, 실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고고70: 음악과 현실의 타협을 담은 작품

고고70은 1970년대 한국 록 밴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은 당시 음악 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많아 높은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투자금을 받지 못해 음악 대회가 취소되는 장면은 현실적인 음악 산업의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고, 이러한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작중의 밴드가 투자금을 확보하기 전까지 생활비와 유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민요 가수의 음반 반주를 맡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이는 상업 음악 시장에서 ‘순수한 음악성’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만약 이 영화가 완벽하게 현실적인 설정만 따랐다면, 음악적 자존심만 높은 멤버들이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금에 대한 개념도 없이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해체되는 이야기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영화적 연출을 통해, 결국 꽤 괜찮은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일인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음악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미 유명한 가수도 자신의 곡이 채택되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장면입니다.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인기 그룹의 멤버였던 주인공조차도 기획사에서 곡을 채택받지 못하는 장면에서, 음악 업계의 냉혹함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마!! 이게 현실이다!!!"
"THIS IS THE REAL!!!!!"


실제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곡이 선택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곡이어야 하고, ‘트렌디하지 않다’거나 ‘사운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여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며,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유명 가수의 *송 리드(Song Lead)*를 받아 보컬과 가사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이 과정은 실제 작곡가들이 음악을 제작하고 기획사에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하여, 현실감을 높여 줍니다.

사실, 더욱 냉정한 음악 산업의 시스템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트렌디하지 않다’, ‘소스가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주인공의 곡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는 결말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영화적 연출을 고려할 때, 비교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음악 업계의 현실적인 면모를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도, 적절한 영화적 요소를 가미한 균형 잡힌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나: 음악 산업의 현실적인 흐름을 담아낸 일본 음악 영화

나나는 흔히 일본 음악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성공담과는 다릅니다.

특히, 주인공 밴드가 왜 도쿄로 상경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현실적으로 묘사된 점이 눈에 띕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음악을 하려면 단순한 실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밴드를 결성한 후 보다 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라이브 클럽 티켓 판매량 혹은

자체 제작 음반 (흔히 인디 시절 음반이라 불리는 바로 그 음반) 판매량이 곧 실력 검증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라면 밴드를 결성한 후 데모곡을 만들어 기획사에 보내고, 또 보내고, 다시 보내면서

기회를 노리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그 과정이 다릅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밴드가 더 큰 기회를 얻는 방식

밴드 멤버들이 직접 돈을 모아 라이브 클럽을 대관

티켓을 직접 판매해야 함

아무도 모르는 밴드의 티켓을 팔기 위해 마케팅 아이디어와 멤버들 가족들까지 총동원

티켓 판매에 실패하면 대관료 손실 + 다음 단계로 갈 기회조차 없음

혹은

밴드 멤버들이 직접 돈을 모아 앨범을 제작

당연히 앨범도 직접 판매해야 함

아무도 모르는 밴드의 CD를 팔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온갖 마케팅 아이디어를 쥐어짬

CD 판매에 실패하면 내 집 한켠에 탑처럼 쌓아 올려진 CD재고를 보게 됨 + 다음 단계의 기회는 없어짐


이런 과정들을 거쳐 100석, 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시작해 점점 더 큰 무대로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에서는 부도칸, 도쿄돔 같은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키는 것이 아티스트의 티켓 파워를 증명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아이돌이 주류이다 보니 이런 개념이 생소하겠지만,

미국. 유럽. 일본에서 인디 시절부터 본인 이름을 알리며 올라온 아티스트들은 대관료부터 티켓 판매대금에

본인 출자금도 섞여있습니다. 즉, 실패하면 피 토하는 상황이 옵니다.


이렇게 밴드가 성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본 기획사가 접근하여 계약을 제안하게 됩니다.

대관료 50% 지원 + 수익 50% 분배라든가

여러 회사가 접근해서 투자금만큼 지분율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라든가

음반 제작비 90% 지원 + 해당 음반의 지분 90% 확보 조건이라든가

이 모든 계약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중요한 점은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자력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나에서는 이런 요소가 잠깐이나마 등장하며, 홋카이도의 한 작은 라이브 클럽을 매진시키고 도쿄로 상경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꿈과 희망을 넘어서,

실제 음악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쿨 오브 락: 음악을 통해 감정을 해방하는 이야기

많은 음악 영화가 허무맹랑한 성공 스토리를 다루지만, 스쿨 오브 락은 그런 면에서 차별화됩니다.

이 영화는 ‘꿈을 이루는 과정’이 아니라, 학업에 찌든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해방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특히,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억눌려 있던 감정을 음악을 통해 풀어내고,

공연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만약 영화가 단순히 “데모 테이프를 보냈더니 우연히 전 국민적인 슈퍼스타가 됐다!” 같은 설정으로 흘렀다면, 다소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쿨 오브 락은 그런 요소를 배제하고, 음악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성장의 과정을 강조합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잭 블랙이 실제로도 뛰어난 뮤지션이기 때문에, 영화 속 음악적 요소들이 보다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음악이란 반드시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코코: 음악을 통한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

코코는 음악을 다루지만, 단순한 스타 탄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과 전통, 그리고 효도를 중심으로 한 감동적인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주인공이 갑자기 멕시코의 슈퍼스타가 되는 이야기로 흘러갔다면, 불쏘시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코는 그런 전개를 택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기억을 이어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한 깊은 감동을 전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앨빈과 슈퍼밴드: 허무맹랑한 설정 속에서도 현실적인 스타 시스템을 보여준 영화

만약 앨빈과 슈퍼밴드 속처럼 실제로 노래하는 쥐들이 존재한다면,

이들은 단순한 밴드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가 되었을 것입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 → 글로벌 조회수 폭발

온갖 투자금과 후원금이 쏟아짐 → 개인 통장에 다이렉트로 입금

기업 후원, 굿즈 판매, 광고 계약까지 성사 → 수익 폭발

마케팅 비용을 다시 투입 → 브랜드 가치 상승

결국 코스닥 상장까지 진행할지도?!

이 흐름을 보면, 영화 속 이야기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슈퍼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꽤 현실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음악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포장하고 확산시키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으로 그칠 수도 있었겠지만, ‘슈퍼스타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맥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음악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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