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딴따라 이야기
직장 생활을 20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아, 많은 일들이 있으셨겠네요"라며 경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음악 생활을 20년 했다고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사뭇 다르다.
“근데 왜 히트곡이 없어요?”
“실력과 재능이 없어서 안된 거 아녜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음악업계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하고 넘기려 해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직장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까?
“직장 생활을 20년 하셨으면서 왜 상무, 이사급까지 못 올라갔어요?”
“실력이 없어서 임원이 못 되신 건가요?”
실제로 삼성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0.9%, 히트곡을 만들어낼 확률은 0.1%라고 한다.
두 경우 모두 실력뿐만 아니라 인맥과 운이 결정적 요소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인맥과 운이 중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유독 ‘실력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어느 분야든 실력은 기본 요소일 뿐, 그 위에 자본력과 운과 인맥이 필수적으로 더해져야 한다.
음악 업계에서 실력이란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미지의 능력이 아니라,
자본과 인력이 끼어든 프로젝트를 컨트롤하고 핸들링하는 능력이다.
직장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PM(프로젝트 매니저)’ 또는
‘기술 영업직’이라는 간지나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음악판에서도 다를 게 없다.
나는 이 능력으로 돈을 벌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히트곡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버나요?”라고 내가 받는 느낌은 단, 하나다.
“회사 임원이 아닌데 어떻게 월급을 받나요?”
대중이 바라보는 음악 산업의 관점은 대개 인기가수와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로 한정된다.
즉, 시장의 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음악 시장에서 존재감을 가진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 음악 산업은 훨씬 다양한 직군과 수많은 종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이건희와 이재용이 ‘반도체를 만든다’, 정의선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식으로 음악 시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면, 서로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음악이든 사업이든 자본력이 없다면 현상 유지가 어렵고,
운이 없다면 히트곡이나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히트곡과 히트상품이 있어야만 최대 이익 지점까지의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운이 없을 경우(=히트곡 혹은 히트상품이 없을 경우), 최대 이익 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투자 대비 이익(ROI)이 극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즉, 운이 없다면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경쟁 상대보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니 “음악은 실력으로 승부 보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면, 모든 산업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 가장 부유해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진짜 실력자는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프로젝트를 움직이고 핸들링하는 사람이다.
즉, 혼자 히트곡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활용하는 능력이야말로 업계에서 살아남는 핵심 실력이다.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람장사라고 하지 않는가?
이 세상 모든 분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핸들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운과 인맥이 모든 산업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정해야 한다.
"실력만 있으면 성공한다" 는 착각을 버리고, 시장과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