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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하나 만들어놓고 슈퍼스타가 되길 바라는건 교만이다

by 정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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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질문을 며칠전에 받아보았다. 저 질문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궁금하면 물어봐야지!

궁금한데도 물어보지않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자!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저 질문의 답변을 너무 대충 드린 것 같아서 장황한 맥락설명부터

왜 곡 하나 띡 만들어놓고 슈퍼스타가 되고싶어하는 음악 뉴비들이 교만한 것인지를 설명드리고자 함이다.


나의 경험없고 누군가와 일 진행해본 적도 없었던 음악 뉴비 시절,

곡만 좋으면 될 줄 알았다.


왜냐하면, 음악이 전부였고, 음악만 들렸고, 음악이 프론트 엔드였고,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경험없는 어린 친구의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맥락은 다음과 같았다.


"음악만 좋으면 뜨는거야!!!! 곡만 좋으면 돼!!!!"


그리고 2020 년 지금 나의 생각,


"'곡만 좋으면 뜬다' 라는건 음악인이 가지는 교만함의 끝"


이런 생각에 확고함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요즘의 나는 광고대행사들에 꼽사리로 껴서, 방송중계와 음향 업무를 하고있는데 광고대행사란 것이 어떤 업무냐하면 흔히 쩐주라고 부르는 광고주한테서 프로젝트를 받는다.


물론, 그 프로젝트의 홍보 (=띄운다) 를 위해서 광고주는 의뢰를 하는 것이고, 이해하기 쉽게, 신인 가수나 컴백하는 유명 가수로 예시를 들자면, 기획.제작사가 이번에 컴백하는 A 라는 가수의 홍보를 광고대행사에게 의뢰한다. 그러면 광고대행사는 기획.제작사가 요청하는 컨셉에 맞는 인력관리 및 인건비, 광고 기획 및 제작, 무대디자인, 팜플렛 디자인 및 제작, 굿즈 기획 및 제작, 광고매체 선정 및 보도자료 배포 등등. 모든 홍보를 위한 수단.방법의 턴키계약. 그것이 바로 광고대행사의 업무 되시겠다.


그렇다면, 좋은 광고대행사는 당연하게도 타 업체에 비해서 싼 가격에 길 지나가는 사람조차 알 수 있게끔하는 홍보 파급력을 지닌 회사가 좋은 회사다.


그리고 기획.제작사는 광고대행사에게 한 프로젝트당 최소 억 단위의 금액을 지불한다. 해당 금액 내에서 광고대행사는 지지고 볶고 어떻게든 기획.제작사 (=광고주) 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순간적인 폭발력을 터뜨려서 아무 관심도 없는 대중을 팬덤 (혹은 실질적 구매 유도) 으로 많이 끌어댕기느냐에 따라서, 해당 상품의 생장주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당연히 쩐이 모자르면, 폭발력이 줄어들고 쩐을 많이 태우면 태울수록 폭발력이 쎄지겠지.


자! 여기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나왔다.

기획.제작사의 인력과 돈과 시간과 정성. 광고대행사의 인력과 돈과 시간과 정성이 투입되는 시장에서 상품을 가수라고 본다면, 곡이라는 것은 컨셉을 좌우하는 의상이나 악세서리같은 것에 해당된다.

(가수에게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추어서 걸친다는 개념이 맞겠지) 즉, 의상이나 악세서리만 좋다해서 뜰리도 만무하고, 뜰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는 하지! 컨셉을 좌우하긴 하니까 !

하지만 그 컨셉이 목걸이가 되든 귀걸이가 되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란 말야!


고로, '곡이 좋으면 뜬다' 의 개념이 아니고 '곡이 좋다' 라는 것은 시장 내에서 그냥 당연한 디폴트 값이란거다.

곡이 좋다 = BASIC 이자 시작점 이란거지.


명곡이란 것은 대중들이 쥐어주는 선물같은 것이지. 내가 골머리 썩으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해서, 명곡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시장에서 1곡 만들어서, 슈퍼스타가 되길 원한다는 것은 교만함의 끝이 아닐까 싶다. 굳이 이런 꿈과 희망에 차서 음악 하나가 시장 내에서 히트를 좌우하는 게임체인저인양 말하는거 보고싶으면 영화 '비긴어게인' 이라던가, 영화 '어거스트 러쉬' 라던가, 영화 '그여자작사그남자작곡', 영화 '코요테어글리' 같은거 보시면 된다.

그리고 현실과 드라마.영화.소설은 제발 좀 구별하고 산업시장에 뛰어들자!!!


누구는 억 단위 굴리면서 자기 회사 프로젝트를 위해서 담보대출까지 땡겨가면서 투자액 대비 그 얼마 안되는 흑자를 벌겠다고 달려드는데 방구석 골방에서 자기 딴에는 명곡 하나 만들었다고


'왜 나는 뜨지않을까요?'

'인디뮤지션에게 방법은 없을까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말이지.


시장에서의 너무 당연한 이야기와 공식들을 볼 생각은 하지않고, 본인만 고고한 예술가랍시고 시장의 정점에 서있는듯이 말을 한다는 점에서 정말 교만함의 끝 같다고 느낀다.


자기가 못 뜨는걸 유통사 탓, 세상 탓, 사회 탓, 대중 탓들을 하시는데, 그냥 돈을 태우시면 답이 나온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으로 불행은 살 수 있다' 라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구절처럼 말이지. 진짜 좋은 콘텐츠였다면 투자한 만큼 뜰 테고, 안 좋은 콘텐츠였다면 그렇게해도 안 뜬 게 되는 거다.

이런 위험부담을 제품 제작자인 당신이 가져가야 이치적으로 맞는 것 아닐까?

왜 일면식조차 없는 타인에게 당신의 위험부담과 자본력을 떠넘길까?

굳이 타인에게 전가시키고 싶으면 취업을 하시고 본인은 해당 업무만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시장 내에서의 온갖 기업체들은 자사 상품의 홍보비로만 억 단위를 쏟아붓고 인력을 쏟아붓는데 나는 제품 하나만 띡 만들어놓은 상태라면, 당연히 아무도 못 알아봐 주는 것이 당연한 과정 그로 인한 당연한 결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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