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모니카 Jun 24. 2020

이 길로 가도 되나요?

지도앱도, GPS도 없는 현실을 걸으며


나는 꽤 심각한 방향치에 길치라서 동네를 돌아다닐 때에도 꼭 지도앱을 켜야만 한다. 수도 없이 오간 길 한가운데 서서 '이 방향이 맞나'하고 한참을 갸웃거리기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네 친구들은 끌끌 혀를 차며 옳은 방향으로 내 손목을 잡아 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대체 옛날 사람들은 지도앱도, GPS도 없이 어떻게 전국 곳곳을 여행다닌 걸까. 엄마께 여쭤봤더니, 그때는 그냥 다 그렇게 다녔단다. 더듬더듬 길 따라 가고, 가다가 틀린 것 같으면 다시 되돌아오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그게 여행의 당연한 낭만쯤이었다고.


이제 이 길로 가야겠다 싶어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며 얼마간을 걸어 왔는데, 문득 이 길도 아닌가 싶고. 내가 표지판 같은 걸 잘못 읽은 것도 같고-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표지판 같은 건 없었던 것도 같고. 아름다운 이가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했던 것도 같고, 그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던 허연 천조각이었던 것도 같고.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거지? 이게 그 옛날의 낭만 같은 건가요. 그럼 길 좀 물어봅시다. 이 길로 가는 게 맞나요? È questa la via giusta?

작가의 이전글 엉망으로 어린 것들의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