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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Jul 09. 2020

나랑 연애나 할래요? 싫으면 말고요.

'쿨'하고 가볍고 붕- 뜬 듯한 시티팝에 대한 일견



해가 지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해 완전히 까만 밤이 될 때까지 시티팝을 내내 듣고 있다. 시티팝은 7080 일본의 경제가 한창 부풀고 있을 때 대유행을 했던 음악 기조인데, 이름 그대로 도시적인 느낌이 강한 장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화 해보면- 후텁지근한 여름철, 해가 막 지기 시작했거나 혹은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한밤 중, 자동차의 창문을 활짝 연 채로 대로를 시원하게 내달리는 느낌.


나는 어떤 노래를 듣든, 가사에 유독 신경을 쓰는 편. 시티팝은 가사도 참 7080 일본스럽다. 도시적이고, 사치스럽고, 세련되며, 조금은 가볍고 여유롭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네가 아니면 나는 죽을 거야'하는 뉘앙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랑 연애 한번 해볼래? 싫으면 말고'하는 식의 상당히 쿨-하고 가볍고 붕 뜬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지.


개인적으로는 시티팝을 좋아하는 이유가, 멜로디라든가 곡의 구성이 좋은 것도 있지만 '쿨워터 향내가 진동하는' 가사 때문인 것도 같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유롭고 쿨한 마인드를 표방하는 노랫말을 듣고 있자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삶을 지향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대리 일탈 같은 거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시티팝을 들을 요량이라면, 바로 떡볶이를 주문하든 만들든, 모쪼록 떡볶이 한 접시쯤 마련해두길 바란다. 밤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정말 천상의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추천하는 시티팝 장르 곡으로는 'Kokubu Yurie - Just a joke' 제목만 봐도 아주 쿨-하지 아니한가? 가사를 읽지 않아도 어쩐지 내용을 알 것만 같다. '나, 너 좋아해. 아니, 실은 그냥 농담이야'


아아, 농담인 척 말해볼까. 사실은, 좋아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제가, 당신을요. 저랑 만날 생각은 없다고요? 알겠어요. 싫음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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