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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Aug 26. 2020

죽을 만큼 아픈 날과 죽을 만큼 반짝이던 순간들

이별의 후폭풍에 너덜너덜해진 그대에게



이별한 지 일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던 일이, 실은 여전히 조금도 괜찮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무언가를 씹어 삼키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웃는 일이 다시 고역으로 느껴질 때. 잠시만 멍하니 있어도 무조건 반사처럼 눈물부터 차오를 때. 엔딩크레딧이 말려 올라가는 상영관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그런 기분.


오늘 낮에 잠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과거의 내가 지금과 같은 결말을 알고 있었다면, 그래도 이 사랑을 택했을까.


네, 그럼요. 죽을 것처럼 아픈 날들이 내내 이어지고 있지만, 죽을 것처럼 반짝이던 날들이 그토록 많았는 걸요. 그러니 나는, 시간을 다시 돌린다 하더라도 당신을 택하겠어요. 온 마음을 다해 그 순간들을 맞이하겠어요. 편지지 한 가득 시인의 언어를 쏟아낼 당신을 기대하겠어요!


낮에 떠올린 생각과 별개로 어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를 추천 받아서, 방금 다 봤는데. 이건 sf를 빙자한 철학 영화가 아닐까 싶다. 마침 낮에 했던 생각과 영화의 주제가 겹쳤다. 만약 당신은요, 당신의 반짝이는 행복이 마침내 산산이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그 행복을 택할 건가요.


2차원 선 위에 올려져 있지 않은 삶. 보다 입체적인 삶. 그러니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내일의 나는 또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요.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는 선 위에서는 순차적이겠지만요. 입체 도형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내가 내일 당장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네요. 쿠키 영상도 없이 끝나버려 아쉬워 했던 영화가, 어느날 갑자기 후속편으로 나올 수도 있겠고요.


chissà? 누가 알겠어요? 그러니 내일의 아픔과 두려움을 걱정하며 반짝일 행복을 택하는 걸 망설이진 않으려고요.


Let's mov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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