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모니카 Jun 04. 2020

좋은 사람=좋아하는 사람

내게도 좋은 사람이 생기면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나에게 좋은 사람이면 그게 좋은 사람이지. 나에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은 내게 무얼해도 다 좋잖아요. 그러니까 '좋은 사람=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렇다면 저에게는 지금 좋은 사람이 없네요. 너무 애석하게도요. 좋아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요, 저는 매일 안부를 물을 거예요. 가끔은 뜬금없이, 또 가끔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그리고 또 가끔은 무심한 척하며- 그렇게 안부를 물어볼 거예요. 오늘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났어요? 혹시 출근길에 예쁜 꽃이나 길고양이를 만나지는 않았어요? 점심에는 뭘 먹었나요?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은 없었고요? 오늘 밤에는 무얼 하다 잠에 들 예정인가요? 하고. 마지막에는 꼭 잘 자라는 안부인사를 남길래요.    '부디 안온한 밤을 맞았으면 좋겠어요.'


또 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매일 나눠줄 거예요. 듣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노래를 나눠줄 거고, 몇 번이나 읽고도 또 읽고 있는- 아끼는 책 속의 구절도 나눠줄래요. 지나가다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담아둔 장미도 나눠주고요, 보는 내내 마음이 찡했던 영화나 전시회 이름도 슬쩍 나눠주려고요. 그러니까, 일종의 자기소개 같은 거예요. '나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요. 아주 큰 용기가 샘솟는 어느 날에 말할 거예요. 오늘 하루 종일 당신이 보고 싶었다고. 이 말을 참고 또 참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다고.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내일도 모레도 당신이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만약 당신도 나를 좋아한다면, 앞으로 매일 내 안부를 물어 달라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내게도 나눠 달라고.


참 꿈 같은 이야기네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저에게도 좋은 사람이 생기면요. 그 때에는 꼭 그렇게 하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죽을 만큼 아픈 날과 죽을 만큼 반짝이던 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