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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Sep 15. 2020

아, 정말 아까운 계절이네.

가을의 한 가운데서 쓰는 감상


계절이 내내 멈춰 있는 줄만 알았는데,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정말로 가을. 음악에 지난 기억이 겹치지 않고, 그냥 음악 자체로 들리는 걸 보니 새삼 내가 지난 날들로부터 꽤 멀리까지 걸어왔다는 것을 체감한다.


밀려 있던 계절을 최근 얼마간 8배속 쯤으로 다 지나온 기분. 하루는, 감정적으로 흠씬 두들겨 맞을 날이라 지레 겁을 먹고 땅굴을 파고 들어갔었는데, 어라, 생각보다 너무 평온하게 지나간 거지. 조금 당황스럽게도- 행복했던 것도 같고. 아무리 용을 써도 점점 늪에 빠지는 것만 같았던 날들이 지리하게 이어졌는데- 정말 어느 순간 갑자기. 불교에서는 이런 걸 '돈오'라고 하던가.


오늘은 종일 Mac Ayres의 Slow down을 한 곡 반복으로 재생했고, 아침부터 해가 지고 밤이 될 때까지 어쩜 질리지도 않고 그 곡이 그리 좋았는지.


요즘은 자꾸 계절이 아깝다. 제법 선선한 아침 공기도 아쉽고, 금빛이 도는 것 같은 오후 햇살도 아쉽고, 상쾌한 밤 공기도 아쉽다. 아까운 계절이니까, 아껴 써야지. 산책도 매일 하고, 하고 싶은 말도 괜히 묵히지 말고, 예쁜 것도 매일 보고 :-)


당신은,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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