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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Sep 15. 2020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용기

나는 요즘 내가 꽤 마음에 들어서요.



요즘은 내내 기분이 좋다. 선선한 날씨 덕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발을 딛고 선 땅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무릎까지 푹푹 빠져대던 늪에서 정말로 벗어난 기분. 땅이 절로 단단해졌을 리는 없으니, 내가 제 발로 걸어 나온 것이 맞겠지.


한동안 거울을 보는 일이 정말 싫었다. 이목구비 하나 하나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탱탱 부은 민낯을 마주하는 일도 꽤 즐겁다. '아이고, 부었네!'하고 양볼을 두드리며 슬쩍 웃는다. 총천연색으로 물든 머리칼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까지 괜히 재밌다.


아침 기상 송으로 듣는 HONNE가 좋고, 나른한 오후에 찾아 듣는 Cigarette After Sex가 좋고, 밤에 잠자리에 누워 듣는 Mac Ayres가 좋다. 음악이 음악 그 자체로 좋게 들리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


새삼,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주눅 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꽤 자주 하는 중. 마음 앞에서 머리 굴리지 않고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게 얼마나 멋진 일인데! 아이, 나 멋있다. 

이제 늪이 아닌 단단한 땅 위에서 발목에 제대로 힘 주고 서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생기거든 주저 없이 가 보고. 그곳이 아니거든 그냥 뒷통수 한번 긁으며 '아, 나 길치였지!'하고 다른 길을 찾으면 될 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위해 주저하지 맙시다. 계절 아깝고, 당신의 아름다움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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