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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29. 2020

"사랑은 교통사고예요."

"누가 와서 그냥 치면 답이 없어."

"사랑은 교통사고예요. 누가 와서 그냥 치면 답이 없어."



라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내가 아무리 전방 주시하면서 안전운전을 해도, 옆이나 뒤에서 갑자기 와서 박으면 피할 수가 없다더라. 사랑도 마찬가지란다. 아무리 피하고 도망쳐도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막을 도리가 없단다.


어제는, 이제야 겨우 이별을 받아 들인 사람과, 이제 막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과, 이제 다시 사랑을 시작한 사람, 이렇게 셋이 모여 무려 여섯 시간이나 술을 마셨다. 커피나 한 잔씩 하자고 모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맥주를 마시지 않고는 견디질 못했던 거지!


한때는 사랑 이야기 같은 게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가 나기도 했더랬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아가질 못하는 거야?'하고. 그런데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해보니, 맞다. 결국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사랑은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원 같은 게 아닐까. 아이언맨 가슴에 달려 있는 그것처럼.



그러니까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예술의 거장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그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아주 가까이에서는 지금 당장 인기를 끄는 드라마나 노래들만 뜯어 봐도 또 '그 사랑 타령'이다. 지겹고 넌덜머리 난다 생각했다가도 결국 사랑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도록, 인간은 프로그래밍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



봄에 새로 들인 미니장미에 응애라는 몹쓸 해충류가 생겨서 새순 몇 개만 남겨놓고 가지를 다 쳐버렸다. 마음이 아프기는 했지만, 가만 뒀다가는 장미가 그대로 말라 죽을 거라는 충고를 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큰 가지들을 다 쳐내니, 화분이 조금 부실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 잎들이 조그맣게 자꾸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 혹시 지난 사랑이 불행해서 마음의 문을 닫은 거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지. 분에 넘칠 정도로 감사한 일들이 가득했지요. 사랑의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늘 경이롭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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