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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29. 2020

사랑의 종료

내가 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쓰겠다고 주변에 통보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 같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네가? 사랑에 대해?'하고 묻고 싶은 걸 겨우 참는 얼굴들을 하고서는! 사실 그들이 왜 그런 의아함을 품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나는 '사랑을 못한다'고 주변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니까. 약 서른 해를 살면서 해본 연애라고는 '고작' 두 번이다. 간혹 내게 연애 경험은 몇 번이나 되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사실 그대로 두 번이라고 답하면 대체로 껄껄 웃는다. 속이지 않아도 된다면서. "어어, 사실인데요"하고 말해보아도 잘 믿지 않으니까 이제는 그냥 어깨나 한번 들썩이고 만다. 심지어 고작 두 번뿐인 연애 중 마지막 연애는 거의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상대방에게 매달렸기 때문에, 나랑 친분이 좀 있다는 사람들은 내 연애사가 대화 주제로 오르면 그저 혀를 차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할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도 '글빨'이 잘 받을 주제가 있다면, 단연 사랑의 종료가 아닐까. 무려 6년 가까이 이어졌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연애가 종료된 지 이제 막 1년을 지났다. 이별을 맞이한 직후 가수 이은미 님의 '녹턴'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해 들었다. 녹턴에 이런 가사가 있다. '꽃잎이 흩날리네요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그렇죠'. 이 가사가 너무 잘 어울리게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비처럼 쏟아지던 무렵에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 특별할 게 있나. 이제는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를 만나도 손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고,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도 내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쌍방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별은 어느 한쪽에서만 결정 지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구질구질하게 차이는 대회가 있으면 넉넉히 3위 안에는 들 만큼 상대를 붙잡았다. 일주일 가까이 식사를 폐하고 물만 먹으며 겨우 '생존'하기도 했고, 매일 밤 울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장문의 카톡은 당연히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도 참 구질구질하다.



그래서 상대방은 내게 붙잡혔을까. 내가 구질구질했던 만큼 상대방은 아주 냉정했다. 몇 달을 매달려 봐도 빈틈조차 보이질 않았다. 반년쯤 처절하게 매달려 보다가, 나도 차츰 내 생활을 되찾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에게 '다음 연애'란 것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됐다. 아, 이렇게 힘든 걸 어떻게 다시 합니까? 내가 다시는 사랑 같은 걸 하지 않겠다며 '사랑의 완전 종료'를 감히 입에 올렸을 때, 지인 한 명이 빙긋 웃으며 "그래도 하게 될 거야, 사랑. 네 생각보다 곧일 수도 있고."라는 말을 툭 내려놓았다. 말 그대로 툭. 당황한 나는 "아, 그런 무서운 말씀하지 마세요. 나는 이걸 또 다시 겪을 자신이 없어요"하고 서둘러 대꾸했다. 그 지인은 "사랑이 왜 무서워.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인데.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고 좋은 일이니. 나는 있잖아, 사랑이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사랑을 선택할 거야.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정말 슬프게 만든다고 생각해." 우리가 이 대화를 나눈 때는, 봄인지 여름인지 헷갈릴 만큼 무더운, 늦봄과 초여름 사이쯤의 새벽이었다. 내내 후텁지근 하다가 때마침 서늘한 바람이 훅 불었고, 나는 바보처럼 코를 훌쩍였다.



그로부터 3주쯤 흐른 뒤에 문득 궁금해져서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때 우리가 살면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라고 했었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왜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거예요?"하고. 나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긴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가 내놓은 답은 "해보면 알잖아. 이런 건 어딜 가도 없다는 거!"였다. 나는 뒤통수 한 대 세게 맞은 거지, 뭘.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진짜로 박수라도 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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