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사람은 나를 남겨두고 떠나며 그런 말을 했더랬다. "앞으로 지독히도 외롭고 서러울 날들이 너를 기다릴 거야." 못돼 먹은 저주 같은 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잘 지켜 나가라는 당부 같은 거였겠지. 그런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일을 이별 직후 겪었다. 헤어지고 난 뒤, 마침 보고 싶던 영화가 개봉을 했고 당당하게 혼영을 하겠다며 커플들 사이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난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화관을 빠져 나가려는데, '나 투명인간인가?'싶을 정도로 커플들에게 새치기를 당했지 뭐야.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놓치고 나서, 결국 9층에서부터 비상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나만 당당하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어이 없게도 깨닫는 순간. 누구의 말처럼 지독하게도 외롭고 서러울 날들이 나를 기다리겠거니 싶어 허탈한 웃음이 조금 났더랬다.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의 무릎에 기대어 울음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다시 그 울음을 주섬주섬 주워 주머니에 얼른 쑤셔 넣었었다. 그래야 다음에도 무릎 정도는 내어줄까 싶은 마음에. 그렇게 혼자를 보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지금은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또 때때로는 여행을 떠나는 것까지 꽤 익숙해졌는데- 문득 전화를 걸고 싶은데 손가락이 가는 번호가 없다는 것은 여전히 익숙해지질 않는다. 내 전화번호만 괜히 한번 눌렀다가 이내 삭제한다. 갈곳 잃은 손가락은 애먼 인스타그램 뉴스피드만 올렸다 내렸다 한다. 남들도 다 이렇게 혼자가 되어 사나 싶다. 전화를 걸 곳이 없다는 사실에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러면, 나는 정말로 혼자가 되는 걸까. 그건 좋은 일일까, 가여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