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겪는 모든 일에는 ‘적기’라는 것이 있다. 조금 더 일상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으로는 ‘타이밍’이라고도 한다. 말한 것처럼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사랑은 유독 그 타이밍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이를테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이미 결혼을 해버린 상태라면 다 무슨 소용일까.
나는 가만히 타이밍을 기다리는 편이다. 카페 문 앞에 ‘열려 있음’이라는 팻말을 걸어두고 조용히 운명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그러면 때마침, 따뜻하고 진한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은 이가 가게 앞을 지나다 슬쩍 문을 열겠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더 향긋한 커피 향이 풍기도록 열심히 커피콩을 볶아야지, 뭐. 문밖으로도 그 향기가 새어나가 운명의 그 사람의 발길을 잡아끌도록.
반대로 타이밍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운명의 손님이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다시 카페로 예를 들자면, 가게 앞에 엄청 커다랗게 메뉴판을 붙여 둔다든가, 커피 시식회를 연다든가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손님을 테이블에 앉혔다면, 그 다음은 커피맛이 좌우할 일이다. 타이밍이 간섭하는 건 딱 손님을 앉히는 것까지.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커피콩을 알맞게 볶아 알맞게 갈고 알맞은 온도의 물로 알맞게 내리는 일은, 어쩌면 손님을 가게 안으로 이끄는 일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손님. 제가 내린 커피의 맛은 어떠신가요?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드시나요? 저는 몇 번이고 손님에게 커피를 정성껏 내려드리고 싶은 마음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