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간지러운 '커플 아이템'에 대하여
서른 해를 살아오며 그 흔한 커플링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꼭 커플링뿐만 아니라 커플 아이템을 거의 맞추지 않는 편이다. 너무 예뻐서 두 사람 모두가 갖고 싶을 만한 아이템이 생기지 않는 이상, 굳이 사랑의 증표 정도로 물건을 사서 나누지는 않는다. 고작 물건으로 연결을 증명해야 하는 사이는 너무 슬프잖은가.
내게는 결혼도 커플 아이템과 마찬가지다. 물건이 제도로 바뀔 뿐. 굳이 제도로써 묶어두어야 안정이 되는 관계라면 처음부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혼자 친구 녀석이 그랬다.
“네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거의 강제로 묶여서 공부를 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일도 하고 돈도 버는 거 아니야? 결혼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네가 보기엔 비록 제도로 묶였다 하더라도, 그 덕분에 감히 얻는 것들도 생기겠지.”
듣고 나니 또 그런 것도 같아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묶인 덕분에, 감히, 얻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