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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29. 2020

이별에도 예의란 게 있다면요


흔히들 이별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연락을 뚝 끊고 숨어버리는 '잠수 이별'은 최악이라든가, 고작 스마트폰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는 '카톡 이별', 나랑 헤어지기도 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떠나는 '환승 이별' 따위는 진절머리 난다고들 말한다. 케이스 별로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만큼 이별 앞에 무례한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다만, 나는 이별 앞에 예의란 게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직접 만나서 진심을 다해 "헤어지자"고 말하면 그건 예의 있는 이별이 되는 걸까.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면 이별 앞에 예의를 갖춘 걸까. 



그래서 우리가 이별 앞에서 지켜야 할 건 이별하는 방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품어왔던 사랑에 대한 예의겠지. 전 남자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했을 때에 사랑이 끝난 게 아니라, 이별의 아픔조차 다했을 때에 비로소 사랑이 끝나는 것이라고. 이별까지도 사랑의 과정이니, 이별에 대한 태도가 곧 지난 사랑에 대한 태도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지난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이별 또한 진심이어야 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묶인 덕분에, 감히 얻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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