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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Feb 08. 2021

핑크색을 좋아한대요

내가 분홍색 머리끈을 달고 다닐 줄이야


얼마 전에 빨래를 개다가 헛웃음이 나왔어요. 상의, 하의,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온통 검은색인 것 있죠? 내가 검정색 옷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속옷까지 검은색으로 살 일인가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니까요. 



빨래를 대충 개고 나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시 묶으려고 하는데, 이게 웬일이야. 머리끈이 귀여운 분홍색이잖아요? 어떤 물건이든 검은색, 회색부터 손을 뻗는 나인데 언제 이런 깜찍한 아이템을 샀더라- 하고 고민해보니, 당신 생각을 할 때였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저는 핑크색을 좋아해요'라고 말한 얼마 뒤에요. 아마 그때도 분홍색 머리끈을 고르고는 스스로 깜짝 놀랐겠죠?



새삼 분홍색 머리끈이 내 머리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눈을 질끈 감고 말았죠.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 걸요. 당신은 핑크색을 좋아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요. 



이제 너무 늦은 일이겠죠. 그래도 당분간은 분홍색 머리끈으로 머리칼을 묶어 올리려고요.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고요, 이제 곧 봄이니까요. 예쁜 계절을 시커멓게 칠하기엔 아쉬우니까요. 그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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