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놓다>

끊어질 듯 위태롭게 매달렸던 시간을 지나, 대지의 품에 안기기까지.

by 내려놔야 산다

​끊어질 듯 팽팽한 밧줄 하나에
온 생을 걸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 줄을 놓치면 끝없는 나락으로
영원히 추락할 것만 같아
어깨가 빠지도록 매달렸습니다


​한 발만 삐끗해도 무너질 것 같은 벼랑
등 뒤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아당깁니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사이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말라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버틸 힘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근육마저 경련을 일으키고
줄을 잡았던 감각조차 무뎌진 순간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매달려 있던 것은 밧줄이 아니라
과거의 영광이라는 이름의 족쇄였다는 것을
나를 추락하게 만든 것은 중력이 아니라
내려놓지 못한 비대해진 자부심이었다는 것을


​눈을 감고 밧줄을 놓아버립니다
추락할 줄 알았던 몸이
오히려 허공의 품에 안깁니다
매달려 있을 땐 보이지 않던 대지가
비로소 나를 향해 넓게 팔을 벌립니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닿는 것입니다
지독했던 매달림을 끝내고
가장 낮은 땅의 온기 위에
비로소 내 온몸을 눕히는 것입니다


​내려놓으니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습니다
바닥에 닿은 뒤에야
나는 비로소 하늘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