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의 미학을 찾아가는 여정
“Please tell me about yourself (자신에 대해 얘기해 보세요).”
모든 인터뷰에서 흔히 제시되는 첫 번째 질문에서 나는 늘 “남이 바라는 모습”과 “나 다운 모습”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할 학생을 찾는 로펌들의 인터뷰를 캠퍼스 내에서 한꺼번에 진행하는 OCI (On Campus Interview) 행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졸업 전 해의 여름방학 때 인턴을 했던 로펌에서 정규직 오퍼까지 받기 때문에, 로스쿨 학생에게 있어 여름방학 인턴쉽을 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현지에서 잘 알려진 중형 로펌 두 곳의 인터뷰를 보게 된 나는 코비드가 한창일 때여서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 다가 과거 인터뷰를 본 경험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장했었다.
잘 보이고 싶었고 이왕이면 이름있는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풀타임으로 대기업 법무팀에서 일을 하며 공부하던 터라 여름방학에만 할 수 있는 인턴쉽 오퍼를 받으면 사직서를 내야 하나 살짝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서 그쳤다. 나의 인터뷰는 여름방학 인턴쉽 오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많이 아쉬웠다. 지나온 삶이 담긴 나의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남들이 보기엔 한 줄에 불과한 이력이 나에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었고 고군분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때로는 아쉽고 때로는 대견한 나의 흔적들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고 나를 좀 더 알고 싶어했다는 점이 특별하고 소중하기에 인터뷰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퍼에까지 이르지 못했던 나의 인터뷰를 복기해 보았다. 어쩌면 나는 외국어로 영어를 하는 나이많은 사람을 과연 로펌이 뽑아줄까 라는 의구심에 잠식당했던 듯 했다. 그 불안감은 자기 소개를 위한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이를 외우는 부자연스러움으로 이어졌고, 나는 즐거운 대화라기 보다는 준비된 말을 성실히 되뇌이는 분위기를 자아내었던 듯 하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나 스스로에게 가장 든든한 변호사여야 했다. 원어민이 아니라는 자격지심을 2개 국어 능통자라는 자신감으로, 여느 로스쿨 학생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을 그 만큼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클라이언트 층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함으로, 실리콘 밸리이기에 고평가를 받는 기술 학위를 미보유한 점을 배심원의 눈높이에서 기술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해석하고 주장했어야 했다.
주변 경쟁자에 비해 내가 못 갖춘 것들에 주목하느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자각이 OCI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이었다. 이제는 나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응원하려 한다. 생소했던 남의 나라에서 변호사 자격을 갖추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그 동안의 모든 경험은 앞으로의 거친 항해에서도 밑짐이 두둑한 배처럼 나를 단단히 붙잡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