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에게 아이가.
https://youtu.be/s-snOrr5 vhE? si=fPj8 Y3 ECOX3 IXEyo
열띤 환호소리와 함께 무대는 막을 내린다.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는 순간적으로 그녀를 달랬지만,
그 열기가 식으면 아이는 혼자 남겨졌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지도 오래였다.
"이건 내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야. 여기서 만족하면 안 돼."
그녀는 언제나 부족한 점만을 찾았다. 턴이 완벽하지 않았다거나,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질책했다.
칭찬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왔다. 하지만 정작 그녀 스스로는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계속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로 사랑받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무대에서 내려와 연습실 불이 꺼지면, 아이는 늘 혼자가 되었다.
그녀는 동료들과 웃으며 헤어졌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늘 마음속 깊은 고독이 따라왔다.
가족들은 그녀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정작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는 어디서든 늘 강해야 했다.
점점 더 누군가의 등을 보기보다는 등을 보여주면서 살아와야 했었던 아이는,
늘 자신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녀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그런 아이에게 장미는 처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등을 내어주며, 아이를 지켜주었던 사람이었다.
장미에게
겨울이 조금씩 없어져 가고, 날이 점점 풀려갈 때 즈음에 너를 만났어.
너는 이토록 고독했던 내 인생에서 나에게 조건 없이 마음을 준 사람이었어.
너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해.
힘들어도 힘든 줄도 모르고, 수업을 마치고 팬들과 팬서비스까지 하는 게 당연한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처음 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리적인 부담감과 건강을 걱정해 준 사람이었어.
기억도 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 동안 수업을 해왔지만, 너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어..
온전히 나를 걱정해 주고 나를 지켜주려 했던 사람..
너의 따뜻함으로 인해 나의 몸속 깊은 곳에서 오랜만에 따뜻함이 감돌더라.
늘 화려해 보이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삶이지만..
나에게 진정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느꼈어.
팬들도 오늘은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다음 주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친구들이 더 많았거든.
그럴 때마다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들었지만,
언제부턴가는 점점 더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게 됐어..
나는 늘 진심으로 매사에 진지하게 살아가는 너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너의 춤은 미숙하고 어설프지만,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 하는 너의 그 춤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
너의 따뜻한 말들로 나도 조금씩 나를 챙기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알게 되었고,
너를 보면서,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도 사람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어.
사랑이 마음속에서 메말랐다고 느꼈는데, 아니더라.
사랑의 샘을 흐르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은 것 같아.
고맙다.
장미야. 너를 만나서 나는 참 운이 좋았어.
너는 나의 영원한 빛이야.
눈을 감은 채, 아이는 심호흡을 한다. 이제 누군가에게 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느낀다.
자신의 중심에 있는 근원은 불안감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춤을 추었고, 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 섰던 그때로 돌아간다.
평가와 판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까닭은, 그녀가 스스로 만들어 낸 "마음이 만들어낸 시간"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이 아닌 과거와 미래를 좇는 습관이 고통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더 나은 무대를 꿈꾸며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완벽하지 않았던 과거를 되새기며 자책하는 동안,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춤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사랑과 자유를 표현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춤을 춘다.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 살아있는 자신을 온전히 느끼며.
평가와 판단도, 두려움도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