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우리 엄마 욕하지 마요!

상담실에서

요즘은 학부모님께 전화를 할 때

“**학생 어머니시죠?“ 라는 말보다

”**학생 보호자시죠?“라고 많이 얘기합니다.

맞벌이, 이혼 등으로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경우도 많아서입니다.

그 중에서 이혼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을 주로 양육하는 경우 그 이별한 엄마나 아빠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들을 손주들에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여러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가 저를 만나게 된 경로는 혼자 너무 답답하고 우울해서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고 스스로 저를 찾아오거나,

아이가 공격적이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어 친구들과의 다툼이 잦아 담임 선생님의 의뢰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빠보다 엄마와 이별해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엄마가 너무 밉고 심지어 만나면 죽이고 싶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 깊은 마음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아이들이 엄마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를 미워하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희 엄마는 나쁜 사람이다. 너희 엄마는 너를 버렸다.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니 생각을 하지 말라“ 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아이는 반복해서 들으면서 엄마에 대한 증오심을 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과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기에 , 어설픈 조언을 할 수가 없어 그저 얘기를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엄마가 밉지만 보고 싶으니 ,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다고 편하게 말하고 , 가능하다면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말을 하면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속상해 하시고 또 혼내시니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왜 아이들에게 부모에 대해 좋지 못한 말을 하시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말고 정을 끊으라고, 아이를 위해서 그랬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그런 말씀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그러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 절반씩 유전자를 물려받아 닮게 되는데 자신의 절반인 엄마가 나쁘고 못된 사람이면 자신도 나쁘고 못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우리 엄마도 그런데, 나도 그런 엄마의 자식이니까..’ 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어르신들은 ‘알겠다, 노력해 보겠다.’ 고 대답해주셨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무책임하게 도망을 갔더라도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아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 마음을 표현했다고 혼나고,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마다 아이는 힘들게 누르고 자책해야 하니 너무 괴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자식의 이혼 문제로 마음 아프시고, 그 손자까지 키우셔야하는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의 부모님에 대해 욕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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