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거지
사람들은 흔히 불만족스럽거나 불운한 상황에 "거지 같다." 는 표현을 한다.
어느분야든 왕과 거지가 존재한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매일 거지같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왕 같은 사람도 많이 만난다.
왕과 같이 존중해주고 아껴주고 싶은 사람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왕같은 교사, 거지같은 교사가 존재한다.
나는 담임을 맡지 않고있고, 1~6학년의 심리상담이 필요한 학생들과, 담임 교사를 모두 만날수 있어
학교에서 왕과 거지를 더욱 분명하게 구분하게 된다.
학생이 좀더 나은 삶을 살기바라며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왕과 같은 담임교사.
강철 밥통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출근하고, 학생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거지 같은 담임.
정의의 사도가 되어 그 반 아이들을 구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앞에 상담실에서 혼자 궁시렁대는게 끝이다.
그들을 보면서 체벌이 허용되던 시대 , 나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들을 떠올려 보곤 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 동안 나는 거지같은 교사는 1명이었고,
왕은 11분이었다.
이정도면 내 스스로 아주 운이 좋았던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치원 시절 언니, 오빠처럼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다니길 손꼽아 기다렸고 기대에 부풀어
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1학년 담임교사가 무섭고 매몰찬 여자 선생님이었다.
책상위에 올라가 무릎꿇고 눈을 감고 두팔로 가방을 들게하는 일은 허다했고,
60여명 아이들 모두가 떠들었다는 이유로 단체로 뺨을 맞은 기억도 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시절보다 지금은 그래도 학대의 강도가 약해졌지만 아직도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도 학교에서
학대는 일어나고 있다. 나는 교사들 중 약 90%가 왕이고, 10%의 거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직장에 비해 학교가 그나마 왕의 비율이 높지 않을까?
학교에서 일하기 전 내가 근무한 회사나 가게들을 생각해보면
왕대 거지 비율이 50:50 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순수한아이들을 만나고 , 왕의 비율이 높은 학교라는 일터가 좋다.
그리고 나도 이 문화에 맞게 더 좋은 왕이 되고자 노력하게되는것 같다.
말랑말랑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이, 지식과 사회성을 배우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왕들을 많이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지금의 왕들보다 더 멋진 왕이 되어 이 세상이 더욱 아름다운
왕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