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는 늘 망설여진다.
얼마전 서울에서 16개월 영아가 온몸에 멍이 든채 하늘나라의 천사가 되었다.
가해자는 양엄마 ....
그런데 이런 충격적인 일이 있기전 3번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너무 안타깝긴 하지만...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학교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의 학대가 의심되지만 신고하기 전 다른 선생님들과 많은 의논을 해야하고, 정확한 증거를 포착하지 않으면 신고하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합리적 의심과 아이의 말을 토대로 신고를 해도 부모의 강력한 부정과 눈치를 보며 말 바꾸기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결국 아이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맞딱뜨린다.
그리고 허탈감을 넘어서 아동 학대 신고로 인해 더욱 지능적이고 발전적인 아동학대가 일어날수 있음에 소름이 돋았다.
몇 년전 4학년 남자아이의 등에 긴 막대기로 맞은 듯한 멍 자국이 발견되었고 누구에게 맞았는지 물어보니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학교측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했고 경찰이 출동해서 아이의 몸에 상처를 확인하고 부모님과 면담을 했다. 본인들은 순순히 자백을 했고 아이가 공부할때 집중을 못하고 너무 나대서 훈육중 매를 들었다고 했다. 잘못을 시인했고, 아동보호 관련 교육이수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부모님은 교무실에 찾아와 "아이 키우다 보면 때릴 수도 있지. 왜 남의 가정사에 당신네들이 간섭이야! 이제 아이 때리고 나면 절대 학교 안보내고 가족여행간 걸로 출석인정 받겠다!"
며 소리치고 가셨다.
경찰은 아이에게 부모와의 분리를 원하는지 물어봤지만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를 원했다.
학대신고를 받고 초등학생에게 부모와의 분리를 원하는지 물어보면 99% 부모님과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번도 보호기관에서 마련해주는 시설을 경험하지 못했고,
부모도 나에게 이정도로 대해주는데 하물며 남이 자신에게 더 잘해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집에 데려갈까 ? 내가 양자로 키울까?'하는 생각도 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교실에서 고민과 탁상공론만 지껄이는 내가 답답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끝에는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내 교실에서 아이를 만나는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듬뿍 사랑주고 배 부르게 간식주며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내 깜냥에 맞게 부족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이렇게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