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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하마 Feb 18. 2024

환자가 수갑을 차고 입원했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건가요?

제가 있던 뉴욕 시립 병원에는 1-2달에 한번 정도의 빈도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감자가 이송되어 왔습니다. 이전에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을 마주한 경험이 없어서 처음엔 그들을 대하는 게 무척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병동에 수감자가 입원하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감옥에서 형을 집행 중인 사람이 환자로 입원할 때에는 경찰과 함께 옵니다. 이들은 무조건 1인실에 배치가 되며, 손목이나 발목 중 최소 1군데는 병원 침대와 수갑으로 연결되어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병동 내에 남은 1인실이 없으면 1인실을 사용 중인 환자를 다른 방으로 옮겨서라도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수감자의 탈주와 같은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병실 입구에 늘 경찰 1인이 상주합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 시절 저는 여전히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던 소인배였기 때문에 이들을 대할 때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범죄경력을 의식하지 않고 일반 환자를 대하는 것과 차이 없이 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감자들의 범죄 경력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는 환자의 병력과 기본 정보 외에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라포 형성에 성공하면(?) 환자가 자발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듣다 보면 본인의 범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듯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결국 그 환자를 대할 때면 사회적 배경은 더 멀리 배제하고 임상적 치료에만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지만요.


이렇게 입원한 환자들은 일반적으로는 다른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그렇듯 신체적 통증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죠. (몸이 아프면 짜증 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요.)그러나 때때로 다수의 환자에게선 보이지 않는 행동 양상을 보이곤 합니다. 제가 본 케이스는 원래 seizure 증상을 가진 수감자가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비슷한 증상을 연기하는 등 없는 증상을 만들어 수감 상황에서 벗어날 시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상황을 assess 한 의료진이 이게 pseudo seizure임을 판별해 냈지만, 제대로 감별되지 않는다면 의도치 않게 범죄자에게 농락(...)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다행히 모든 수감자들이 적대적이진 않습니다. 병원에 온 목적을 잘 이해하고 치료에 잘 협조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환자들 뿐 아니라 그들을 감시하는 경찰관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처치를 위해 병실에 들어갈 때면 환자가 의료진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때때로 함께 병실에 들어와 주시는 경찰관분들이 계셨는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형을 집행 중인 환자를 대해야 하는데 혼자서 환자를 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인이 감이 말한다면, 경찰관께 동행을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웬만해선 거절 안 하시고 친절하게 도와주실 겁니다. (처음 본 사람도 이미 아는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자세, 그게 미국 사람들의 매력이라 느꼈습니다.)



의료진도 소중합니다

환자의 두 손목이나 두 발목 중 최소 한 군데는 침대 난간에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고, 경찰관도 늘 상주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진의 신변에 위협이 되는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이상 행동을 보이며 감정 조절이 어려울 경우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늘 염두에 두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입원한 환자의 면회를 올 때 병원 입구에서부터 출입자의 신분 확인을 하고 스크리닝 후 입장시키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그런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일하는 중에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다른 병원은 신입 오리엔테이션 때 이런 부분을 다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녔던 병원에서는 따로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같은 병동에서 6년 넘게 근무하셨던, 미국에서 간호사로 오랜 경력을 가진 한국인 선생님께서 제게 귀띔해 주셨는데요. 혹시라도 환자, 보호자, 다른 동료 혹은 그 누가 되었건 누군가가 내 목숨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싶으면 전력으로 병동 내 안전 장소 (화장실 등)으로 대피 후, 문을 잠그고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원내 지침이 따로 있다면 그걸 따르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뭐가 됐든 본인의 안전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는 점 꼭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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