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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하마 Mar 03. 2024

병원 내 사고

간호사도 보호해 주세요

임상 환경에서 간호사로 근무해 본 적 있으신 분들이라면 앰플을 까다가 뾰족한 유리 파편에 손가락을 베이거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 간호를 제공하다 환자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손목 인대가 늘어났거나, 많은 수의 환자를 뛰어다니며 돌보다 발목을 삐끗하는 등 근무 중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제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미국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주사기로 투약을 하던 중 환자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환자의 몸에 찔렀던 바늘에 손가락을 찔렸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헐, 찔려버렸어ㅠㅠ!

일단 차지 간호사에게 accident를 보고합니다. 그럼 차지 간호사가 어마어마한 서류를 주는데요, 그 서류를 전부 채워서 응급실(ER)에 내려갑니다. 비록 바늘에 찔려서 아주 기분이 찜찜하지만 바로 죽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ER에서도 계속 순위가 밀려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오후 7시쯤 ER로 내려가서 밤 10시 반쯤에야 한국의 동네 의원에서보다 못한 겨우 5분짜리 문진과 피검사를 받은 뒤, 예상 감염병에 대한 예방약을 1주일치 정도 처방받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거 보고하면 화 내시는 차지 선생님이나 수간호사 선생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 기분 신경 쓰지 마시고 꼭 injury 보고하셔서 검사 및 치료 보상 모두 받으시길 바랍니다. 본인 몸은 본인이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윗년차 간호사 선생님들께 많이 들었는데, 충분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응급실 진료 비용은? (두구두구두구)

1-2주 뒤 집으로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약 5분의 진료 및 피검사 몇 종류, 그리고 처방받은 약에 대해 그 당시 1,250달러가 청구되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고용되어 있던 에이전시에서 직원 산재 보험이 있었는지 비용 처리를 해주었습니다. 병원비는 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일단 다쳤다는 찜찜함은 계속되었죠. 그러니 일단 안 다치는 게 상책입니다. 누구도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죠.



미국 병원 정규직 간호사의 케이스

다른 케이스 하나를 더 소개해드리도록 하죠. 제 프리셉터 P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그 병원에서 정규직으로 9년째 일하던 간호사였습니다. 어느 날 그녀와 제가 병동 내 널싱 스테이션에서 사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저희와 친하게 지내던 이송사원 V가 등장했습니다. 평소처럼 저희는 장난을 쳤고 (어른들도 세상 유치하게 장난을 칩니다...), V가 P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과정에서 P가 허리를 삐끗하게 되었습니다.


부상 보고 과정은 똑같습니다. 차지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해서 부상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응급실에 내려가 진료를 받고 와야 합니다. P는 그 사고로 인해 몸을 숙이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 때 필요한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어렵게 되어 2주의 병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규직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유급 병가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녀의 건강 상태는 병동 간호사로 일하기엔 무리라고 판단되었는지 그녀는 원내 다른 사무직으로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도 보호가 필요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일단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우선이고, 혹시라도 일하다가 다친다면 바로바로 윗사람에게 알려 그에 필요한 치료를 받아내야 스스로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힘들게 외국으로 나왔는데 몸까지 다치면 너무 서럽잖아요. 외국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모든 노동자분들, 외국인이라는 신분에 졸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노동자로서의 보호받을 권리를 포기하지 마시고 꼭 누리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최근 한국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한시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교육 및 법적 보호의 부재가 이어지는 와중 일시적으로 현상 해소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간호사라도 그런 업무들을 처리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환자에게도, 간호사에게도 위험을 가져올까 깊이 우려가 됩니다. 이번 기회에 간호사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안전한 의료 환경으로의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https://www.ocwc.ca/injured-at-work-how-chiropractic-can-help-some-occupational-inj u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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