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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나는 일을 왜 할까? — 나만의 이유를 찾기까지

먹고살기 위해 한다는 뻔한 대답 말고

by 버블리

아래는 세계적인 마케터이자 기업가인 세스고딘의 저서, 《의미의 시대》 홍보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다.


"왜 사서 고생하냐고? 여기 그 대답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퇴근시간만을 고대하며 하루를 보내지만,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충돌하고 갈등합니다.
일하는 이유를, 일하는 의미를 찾는 이들입니다.

(출처 : RHK 알에이치코리아 인스타그램)




위에서 말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충돌하고 갈등하는 어떤 이들' 중 한 명이 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에게 일이란, 단순한 생계유지수단이 아니라 내 삶과 방향을 함께하는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저 홍보글을 봤을 때, 내 생각을 그대로 읽힌듯한 반가운 감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어서 든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었지.' 라는.


고작 글 몇 줄에 반가움과 안도감이 한 번에 든 이유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생겨난 '일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주변 사람들에게 꺼낼 때면,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피곤한 사람 취급형> 야, 일은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마.


2. <현실순응형> 회사는 다녀야 되는 거니까. 남들 다 일하는데 나도 해야지, 일 안 하면 뭐 해.


3. <감탄형> 그런 생각을 해요? 버블리님 나중에 꼭 사업해요. 본인 꺼하면 진짜 잘할 것 같아.


여기서 틀린 말은 한마디도 없었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말도 없었다.




나 역시 한국에서 첫 직장을 다녔을 때만 해도 일의 의미라는 걸 고민해 볼 생각조차 안 했다. 수원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며 적당한 강도의 일, 부족하지 않은 월급, 원만한 사내 인간관계, 그리고 재미와 보람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스물넷 사회 초년생에게 일의 의미보다 중요했던 건, 내가 내 밥벌이를 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럼 나는 어떤 계기로 ‘대다수의 사람들‘ 에서, ‘고민하고 충돌하는 이들’ 의 자리로 옮겨가게 된 걸까?


그 고민과 충돌의 끝에서 내린 결론은 뭘까?


Self QnA : 나 사용설명서 4화는, 내가 일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수의 사람들로 포지션을 옮기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두려움이었다. 밴쿠버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유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중에 여기서 취업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국에서의 영어강사 경력을 여기에서는 쓰지도 못할 것 같고, 많이들 선호하는 현지 회사의 사무직에서는 이제 막 졸업한 햇병아리 지원자를 굳이 뽑을 이유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캐나다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일 중 하나인 식당 일은 자신이 없었다. (스물한 살 때 집 근처 일식당으로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하루 만에 잘렸던 이력이 있다.)


내가 여기 캐나다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심지어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숨만 나왔다.




일 년에 한두 번 지을까 말까 한 우울한 표정으로 일기장을 펼쳤다. 글을 쓰며 내 안에 피어오르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불안함, 자기 의심 등-들을 직시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따라왔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회사나 직무, 월급 같은 요소들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본질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일에서 얻고 싶은 건 뭘까? 일을 하려는 이유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함일까?


내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나는 일을 하는 평일도 주말처럼 즐거웠으면 했다. 7일 중 5일은 회사에서 시들어가고, 주말 이틀만 반짝거리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이 아니었다. 나는 일주일 내내 생생하게 살아가기를 원했다. 내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걸까? 이렇게 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없을까? 주 7일을 즐겁게 사는 사람이?


처음이었다. 일과 커리어에 대해 말하는 영상과 책을 그렇게 파고들었던 적이.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걸. 내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게 아니었고, 내가 알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다.


그날의 리셋을 시작점으로, 일에 대한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직장인 기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일터에서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즉,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수치로만 봐도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럼 일에 대한 만족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에 따르면, 일의 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치에는 총 여섯 개가 있다.


성장

의미

재미

워라밸

인간관계


여섯 가지를 전부 만족하는 꿈의 직장은 현실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심 끝에 나는 재미의미를 골랐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그건 내게 만족스러운 일이다. 그럼 재미와 의미가 같이 충족되려면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지?


답은 금방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왜? 좋아하면 재밌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들로 내 일상을 채워나가면 그게 나에게는 곧 의미 있는 이 되니까.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뭐지?

* 다음 두 질문의 도움을 받았다.


돈이 되던 되지 않던 상관없이, 내가 즐겁게 했던 일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을 잊을 만큼 몰입했던 일이 있다면?


아래는 내 답변이다.


1. 유학 준비생들을 위한 인스타 컨텐츠 제작

2.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국내투어 기획

3. (독자들을 위한) 캐나다 유학 에세이 연재



나는 여기서 어떤 즐거움을 느꼈지?

(전 과정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1. 타인의 문제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즐거움

2. 내 경험, 지식으로 타인에게 영감, 비전, 희망을 주는 즐거움

3. 일을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즐거움


재미의미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고른 사람의 즐거움 포인트이다. 돈이나 워라밸을 골랐다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적혀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느끼는 '즐거움 포인트'는 전부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가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모든 고민을 한 보람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헤맨 만큼 내 땅이다.' 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평일엔 밴쿠버로 유학•어학연수를 계획하는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주말엔 브런치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 본업과 취미에서 모두 나의 즐거움 포인트들이 정확히 충족된다.


그렇게 내가 원했던 그대로 주 7일을 생생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맞는 듯하다.




이제는 나와 맞는 직무와 회사를 고르는 것도 더 이상 어렵지 않다.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는 불필요한 타협을 하지 않는 것.


'넌 일 왜해?' 라는 질문에 '돈 벌려고 하지' 라는 뻔한 대답 대신, 나만의 대답을 할 수 있게된 것도 만족스럽다.



2026년의 대답은 뭐가 될지 궁금해진다.



오늘의 질문


Q1. 일에서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는 무엇인가요?

(성장/ 의미/ 재미/ 워라밸/ 인간관계/ 돈)


Q2.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그 가치들이 충족되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Q3. 여러분만의 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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