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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Feb 16. 2024

과거를 놓아버리고 오늘을 산다

어제의 나는 지나갔고, 오늘의 내가 있다


인생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쌓여가는 기억들에는 상상만 해도 행복해서 놓아주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말로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장면들도 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현재에 내가 머물고 있는 지금 이곳에는 없는 망상일 뿐인데, 좋은 기억은 좋았다는 이유 만으로 '그때 참 좋았는데..' 하며 과거보다 못한 현재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만들고, 나쁜 기억은 나빴다는 이유 만으로 '그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변했어..' 라며 과거의 경험 때문에 현재를 비난하고 더 나은 내가 되는 데 있어서 발목을 붙잡는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렸었던 권위나 인정들을 내려놓지 못해서 여전히 그 권위와 인정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상처나 허탈감을 내려놓지 못해서 여전히 그때의 트라우마가 현재까지 작용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선형적인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겹쳐져 있다고 한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고, 기억만 있을 뿐이다. 새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결국 나에게 관념과 분별을 만들어 내는 기준들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너무 오랜 시간 과거를 붙잡고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과거라는 것을 인정해야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과거를 통해서 나라는 존재가 형성되었으니 이를 거부하면 현재의 나는 누구인가? 이러한 분석적인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다 보면 현재에 변해버린 상황이나 벌어지고 있는,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에 장애가 생기고 결국 나는 끊임없는 분별의 시나리오에 사로잡혀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확고한 신념 따위에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꼴이 발생하곤 한다. 세상이 변하듯 나라는 사람도 변하고, 주변 사람들도 변하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면 지금 어떤 사람이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나에게 퍼붓더라도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 고정된 존재로서 나를 지켜야 나의 존재가 증명된다고 믿는 순간 세상이 허무해지고, 주변 사람들도 이해가 가지 않고 별것도 아닌 것들에 지나치지를 못하고 괜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나의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세상과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살아가는데 어려움들이 생긴다. 그럼 행복감을 느끼는 날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모여 앉아서 각자만의 관념과 분별에 따라 비난과 비판만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를 놓아버리자. 나는 유연하게 흘러가는 유기체이며 나의 큰 자아는 텅 비어 있다. 텅 비어 있는 이곳에서는 어떠한 파도의 일렁거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효리의 국민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의 말처럼,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인데 각자의 텅 빈 공간에 대고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마구마구 떠들어 댄다 한들 내가 그 모든 말들에 반응할 이유가 없다. 조금 더 나를 위한다면, 나의 존재를 따스한 손으로 보듬고 싶다면 나를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는 망상의 과거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 이곳에 있는 나는 새로운 나다. 어제의 나는 지나갔고,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이다. 내일이면 오늘의 나도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나로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해 보도록 한다. 그렇게 2024년의 하루하루를 보내자. 과거야, 잘 가~ 안녕! 쿨하게 인사를 나눈다.


2024 01 03 과거를 놓아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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