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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Oct 06. 2023

워라밸 NO! 라워밸 YES!

밀가루 반죽하듯이 삶과 일을 반죽한다면

'Work & Life Balance 워라밸

: 일과 삶의 발란스'를

'Life & Work Balance 라워밸

: 삶과 일의 발란스'라고 하면 어떨까?

일(Work) 보다 삶(Life) 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생의 가치이자 본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어적인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 '워' '라' '밸' 이렇듯 가장 첫 음이 '워'에 있다 보니, '워'의 Work 가 더 중요하고 큰 가치인 것처럼 머릿속에서 인지가 이뤄지는 것 같다. 언어적인 소리뿐만 아니라, '워라밸'이라고 단어를 쓰면서 역시 우선 써지는 첫 단어는 '워'이다. 먼저 소리 내어지고, 먼저 쓰이는 음에 대한 권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언어의 소리와 문자에도 권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오는 음과 단어가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더 중요하고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라워밸'이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 그렇게 부르면 안 되나요?


삶과 일의 밀가루 반죽하기

삶과 일은 분리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루에 일을 8시간 한다고 해서 삶의 시간 중에 일에 대한 생각을 1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일이 끝나고 나면 일의 연장선처럼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지인들을 만나서 일 이야기를 끊임없이 연장해 간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이나 연인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든다. 또한, 삶에서 가족과 연인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공간에서 경험했던 어떤 것들이 일에서 활용이 되기도 하고, 삶에서 얻었던 인사이트나 체험들과 정보들이 결합되어 일에서 아이디어로 발현되기도 한다. 일과 삶이 밀가루 반죽처럼 이쪽저쪽으로 치대고 주물럭 거려서 하나의 반죽 덩어리처럼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밀가루 반죽에서 '일'의 양은 때때로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할 수 있지만, '삶'의 양은 늘어날 수는 있어도 줄어들게 되면 빵이 빵이 아니다. 삶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나, 일보다 삶의 밀가루가 적게 들어가면 딱딱한 빵이 되거나 심지어 탄 빵이 나오는 수도 있다. 그것이 '번아웃'이다. 밀가루 반죽에 '삶' 밀가루의 양이 확 줄어 들어서 '일' 밀가루만 잔뜩 들어가서 수분도 맛도 탄력도 없는 탄 빵(번아웃)이 되는 것이다. '일' 밀가루는 줄어도 늘어도 상관없지만,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서는 '삶' 밀가루의 양은 줄이지 말자. '일'은 줄인다고 빵이 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을 줄이면 빵은 타버린다.   



진심 위에 신뢰 위에 안정감 밀가루 반죽하기

나는 '진심, 신뢰, 안정감'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이와 유사하게 친구들끼리 '너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해?'라는 질문을 하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알쏭달쏭 고개를 갸우뚱거렸었다. 그때만 해도 믿음이 무엇이고, 소망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사회에서 직장에서 사적으로 이 일 저 일을 경험하다 보니 믿음, 소망, 사랑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진심, 신뢰, 안정감'이 나에게만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심 위에 신뢰가 있고, 그 위에 안정감이 있다. 진심이 없으면 신뢰 아래에 쌓일 것이 없기 때문에 신뢰 역시 없는 것과 같다. 진심과 신뢰가 없다면 안정감을 받쳐 줄 아래에 쌓일 것이 없기 때문에 안정감 역시 없는 것과 같다.

일도 사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인 것 같다. 일(직장, 직업)에 대한 '진심' 위에, 일(직장, 직업)에 대한 '신뢰' 위에, 일로부터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사람에 대한 '진심' 위에, 사람에 대한 '신뢰' 위에,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일과 사람 모두 아래에 쌓일 것이 없으면 그 위에 어떠한 가치도 지탱할 기반이 없다. 작은 가치를 채워야 큰 가치가 공존할 수 있다. 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일에 진심을 다하고 신뢰를 쌓으면 된다. 사람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면, 사람에 진심을 다하고 신뢰를 쌓으면 된다.



식빵/머핀/스콘 밀가루 반죽하기

진심 밀가루와 신뢰 밀가루 안정감 밀가루를 차곡차곡 쌓아서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반죽을 시작해 보자. 진심 밀가루 위에 신뢰 밀가루 위에 안정감 소금 간을 하고, 물(사랑)을 넣고 힘껏 이쪽으로 저쪽으로 겹겹이 쌓고(=추억을 쌓고), 두드리고 치대면서(=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반죽을 하며 밀가루 사이사이에 생긴 공기(=서로의 입장/의견/환경 차이)를 최대한 제거해 준다. 그리고, 밀폐용기에 담아 20분-1시간 정도 숙성(=존중, 이해, 배려)을 하면 매끄럽고 탄력 있는 식감의 밀가루 반죽이 완성되는 것이다. 더욱 탱탱한 탄력(끈끈하고 깊고 진지한 관계)을 원한다면 좀 더 오랜 시간 숙성(=존중, 이해, 배려) 시간을 가지면 된다. 밀가루 반죽 시 주의 사항은 물(사랑)을 필요한 만큼 소량씩 여러 번에 나누어서 첨가하는 것이 좋다. 일도 사랑도 처음부터 지나친 물(사랑)을 주면 물이 넘쳐서 반죽이 물컹물컹해지니 빵을 만들기 위한 시작조차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밀가루와 물의 비율(Balance)은 계량컵으로 정확하게 정할 수 없다. 식빵같이 쫄깃한 빵을 만들지, 머핀같이 부드러운 빵을 만들지, 스콘같이 과자 같은 빵을 만들지에 따라서 물의 비율을 소량씩 여러 번에 나누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늠을 해주는 것이 좋다.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가? 진심 밀가루와 신뢰 밀가루가 준비되어 있는가? 진심 밀가루를 먼저 붓고, 신뢰 밀가루를 그 위에 붓고, 안정감이라는 소금 간을 한 뒤에, 물(사랑)의 비중을 균형 있게 넣고 나서 숙성(존중, 이해, 배려)의 시간을 가지면 밀가루 반죽 완성이다! 식빵을 먹고 싶은지, 머핀을 먹고 싶은지, 스콘을 먹고 싶은지는 각자 정하도록 하자. 단, 우리는 조건 없이 소중한 존재니까 탄빵은 먹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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