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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May 19. 2023

요즘 누가 일기장을 써

다이어리 노마드






몇 년을 벼르다 몰스킨 노트를 샀다.

본격 종이 다이어리라니.

얼마만이지?



손 닿는 곳에 항상



노트 들이는 걸 몇 년이나 고민할 일인가 싶지만

매년 1월마다 생각 잠깐 하다 지나가면 몇 년은 금방이다.

'사도 안 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강해서였다.

일기는 일기장 어플에 쓴 지 오래고 가족 간 일정은 캘린더 앱으로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생각이 길어지면 다듬어 브런치에 올리고 강의 듣거나 필기할 때는 아이패드 굿노트로 일원화.

이미 작년에 종이 다이어리를 한 번 시도했다가 1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스스로 충격받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진짜 꾸준히 일기 쓰고 기록해 온 사람인데.

다이어리를 이렇게 구석에 두다니.










지금 쓰는 일기장 어플은 펜케이크(PenCake)이다.

19년 6월에 시작했으니 여기에 일상과 감정을 우직하게 모아둔 지도 벌써 꽉 채운 4년.

이미 데이그램이라는 어플로 일기를 쓴 지 몇 달 남짓한 상태였다.

스마트폰 터치로 쓴 건 아무래도 일기답지 않아 미루던 나날.

그러다 과거의 일상이 항상 방 한 켠에 자리 잡는 게 문득 부담스러워졌다.



비교하기도 어려운 편의성에 빠져 버렸다.

밤에도, 출근길에도 가볍게 액정에 불만 켜서 일기를 쓸 수 있고 새벽에도 누운 채로 예전 글을 정주행할 수 있는 간편함.

오히려 어플로 넘어가면서 더 꼬박꼬박 일기를 쓰게 되었다.

한때 좋은 다이어리 사는 데 공을 들였지만, 점차 일기 어플에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일기장은 일기 어플의 필사노트가 되어 갔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참으리라 다짐했는데 인간은 참 간사한 존재가 맞나 보다.

종이가 너무 그리워졌다.

미색 종이에 잉크가 스며드는 그 짧은 시간이 좋았다.

종이질감 필름은 종이의 모사일 뿐 영원히 종이는 될 수 없다.



요즘은 DB 자체보다 원하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던가?

그렇다면 일기장 어플을 떠나지 않는 것이 맞지만.

발췌와 축적 사이 두리번거리다, 생각이 손에 잡히는 책으로 남는 걸 다시 보고 싶어졌다.

스스로 설득하며 구매버튼을 눌렀다.

해가 지나면 보내야 하는 다이어리 말고 이제는 노트를 쓸 거니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제 메모앱보다 메모장에 손으로 적을 것이다.



교체용 펜 잉크가 남아 있는지 오랜만에 확인했다.

쓸 일도 많지 않아 한동안 그대로 두었었는데 오늘 다시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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