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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Oct 01. 2023

안녕하세요 프로번역가입니다

데뷔 그 자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란 무엇일까?

아마추어는 시도 그 자체로 기쁨을 느끼고, 프로는 시도를 이익 행위로 치환한다.

쉽게 말해서, 프로는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말씀.



첫 납품했던 번역물 대금이 지급되었다!!

유럽여행 중 날아든 낭보.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 받아보는 소식은 몇 배나 더 새롭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듣는 일상의 소식이 마치 뭔가에 당첨된 행운처럼 느껴진다.

차곡차곡 누적된 내 과거의 결과물인데도 처음 본 듯 그렇게 새로울 수가 없다.

한의사 국가고시 합격 결과도 당시 떠났던 여행지에서 확인했었다. 안 잡히는 와이파이를 보다 잘 수신하려고 까치발을 들며 숙소 안을 이리저리 다녔던 기억이 선하다.

그때처럼 자랑스럽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딘 순간을 남기고자 캡처해 두었다.






아니 이렇게 다 가려놓을 거면 뭐 하러 올리나 싶지만, 진짜라는 걸 나는 알잖아요.

그래도 '입금'글자는 살려두었다.

번역해 볼래 결심하고서 냅다 지른 강의와 선배 번역가들의 저서와 프로즈닷컴 연회원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쪼꼬만 금액이지만 그래도 인정받았다.

번역가가 납품한 번역물은 검수자의 검수 후 지급할 대금을 최종결정한다.

번역한 만큼 모두 인정해 쳐줄 것인지, 떨어지는 번역물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인지 등의 문제로.

가슴이 답답해질 만큼 진득하니 새벽까지 매달린 보람 넘치게 세금만 원천징수 후 전부 입금되었다(=인정받았다).

자랑스러워도 되는 부분 맞지?



프로즈닷컴 연회원 처음 등록한 날, 번역비 받아서 남편에게 오마카세를 쏘겠다며 기세등등했으나 저 대금으로는 한 명이라도 겨우 가면 다행이다.

우격다짐하여 양해를 구한 후 모둠초밥 세트 2인 배달로 갈음하였다.

나름 리뷰 좋은 집에서 주문하였으니 남편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첫 번역일을 그토록 허덕였으니 아마 남편은 좋은 경험으로 삼고 이쯤에서 마무리할 것을 예상했던 듯하다.

하지만 번역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것저것 교재 사고 책 읽으며 희망에 부풀었던 만큼의 원금회수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퇴사만 하면 공부할 거라고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으니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야지.

요즘 일과는 그래서 프로즈닷컴 공고 확인-별일 없으면 성문기초영문법 강의 수강이다.

원하는 챕터로 들어가서 수강하려면 어차피 유튜브에 검색하는 게 빠르기는 하다.

하지만 오래되기는 했어도 무려 동영상 강의를 통 크게 전부 올려 준 성문출판사의 배포에 감사하는 의미로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스위스 마테호른 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고르너그라트행 산악열차 티켓이다.

여행의 좋은 추억과 여행 중 받았던 기쁜 소식을 기념하는 의미로 교재 책갈피로 쓰고 있다.

한때 다 알았던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강의를 슬렁슬렁 들었는데

역시 문제를 풀어 볼 때까지는 함부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전에 일했던 한의원 대표원장님께 연락이 와서 일일 오전 진료를 보고 퇴근.

기진맥진해서 퇴사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일하기가-솔직하게 말하면 재미있었다.

음,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3시간씩만 일하면 딱 재미있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점심식사를 했다.

대진비 입금되면 MS office도 업그레이드하고 트라도스 프로그램도 사야지 룰루랄라

그리고 저녁에는 연휴에도 가열차게 강의를 듣는다.

재미있다.

오히려 끊을 수 없는 폰게임에 끝없이 매달리던 밤보다도 재미있다.

재미? 이것을 재미라고 해야 할까.

이건 어떠한 기쁨의 영역인 듯하다.

나 자신이 고여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데 대한 기쁨.



벌써 어제가 되어 버린 오늘은 기쁜 일이 많은,

그런데 조금 피곤한 하루였다.





23.10.0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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